균을 자원으로 만드는 손길이라 들었어요.
안녕하세요.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미생물연구실 균류연구팀 책임연구원 고재덕입니다. 2015년부터 이 일을 시작해 벌써 8년이 흘렀네요. 자원관에서 저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미생물 중 담수환경에 서식하는 균류를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그들의 특성을 연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야생의 새로운 균류를 발굴 및 연구하여 담수생태계 이해에 보탬이 되려 노력하고 있어요.
어떤 과정을 거쳐 균류가 자원이 되나요?
미생물 연구는 균주의 순수분리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미생물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다른 균주와 섞이지 않은 순수한 개체를 분리하는 데에 시간이 걸립니다. 담수환경에 서식하는 균류를 분리하기 위해서는 물, 퇴적물, 하천, 호수 등에서 분해되고 있는 낙엽, 나뭇가지, 담수 환경에 살고 있는 동식물의 조직 등 시료를 채집해야 합니다. 그 후 시료의 특성에 맞게 전처리를 하고, 단일 포자 또는 균사 상태에서 분리해 배양합니다. 수차례 계대배양을 거쳐 순수한 단일균주가 분리되면 그때부터 균의 형태적 특성과 유전자를 분석하여 종 동정을 하고, 그 결과를 국가생물종목록과 비교하면 해당 균류가 신종인지, 미기록종인지, 기록종인지 알 수 있습니다. 확보된 균류는 담수생물자원은행에 기탁하여 외부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합니다.
‘균’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고요?
‘균’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균은 생태계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분해자입니다. 생태계의 다양한 유기물을 분해하여 물질순환이 이루어지게 도와주는 미생물이죠. 이런 특징들 때문에 균류는 페니실린 같은 항생제를 만들기도 하고, 술이나 치즈, 장류 등 발효식품에도 다양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가장 잘 알려진 식용 균, 버섯도 빼놓을 수 없고요.
균류는 단일세포로는 진핵생물 중 크기가 가장 작은 편이나, 균사를 만들어 자랄 수 있기 때문에 배양으로 많은 양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산업적으로 활용하기에 굉장히 용이하죠. 최근에는 균류를 생물농약 소재로 활용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저희 팀에서는 감나무와 사과나무에 생기는 과수탄저병의 발생을 저감하는 균류를 발견하기도 했는데요. 병의 확산을 저해할 뿐 아니라 식물이 더 잘 자라게 도와주는 균류도 있어서 유기농업소재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미생물 및 균류 연구자에게 필요한 능력은 무엇인가요?
미생물 및 균류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필요합니다. 또한, 보이지 않는 미생물들의 존재를 확인하기까지 기다릴 수 있는 끈기도 필요하고요. 작은 변화도 세심하게 살필 수 있는 관찰력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연구자의 자질이라 생각합니다.
생물다양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미생물은 환경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새로운 균류를 찾는 일은 매우 어렵습니다. 때문에 새로운 균류 발견을 위해서는 다양한 서식지에 대해서 정보를 축적하고, 이를 잘 활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새로 발견된 생물에 대해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이런 것들을 잘 생각하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생물다양성을 지켜나가야 할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균류의 다양한 기능과 특성에 대해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일반인들은 균류가 때로는 일상에서 유용하게 사용된다는 사실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