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멸종위기종 복원을 위해 많은 일을 하셨습니다.
저는 경상북도 영양군에 설립된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에서 책임급 연구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환경부 멸종위기종 보전 관련 계획을 수립하고, 멸종위기종을 증식하거나 복원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이죠. 또 동북아 멸종위기종 보전 국제협력 사업이나 해상풍력과 관련된 해양조류 수탁과제 등 국가보호종을 보전하고 생물다양성에 증진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생물다양성 확보의 전선에 멸종위기종복원센터가 있습니다.
물론입니다. 환경오염과 자연생태계 파괴로 야생동물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죠. 한 생물의 멸종은 단지 그 개체만의 문제가 아닌 먹이사슬 불균형이라는 끔찍한 결과를 가져옵니다. 생물다양성 확보는 건강한 생태계를 위한 필수적인 노력입니다.
지금 몸담고 계시는 멸종위기종복원센터의 복원연구실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현재 우리나라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82종을 지정하여 관리·보호하고 있습니다. 국내 멸종위기 야생생물에 대한 야생 개체군의 안정적인 유지를 비롯해 신규 서식지 발굴, 유전적 다양성 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곳이 바로 복원연구실입니다. 구성진은 총 7개 분류군(포유류, 조류, 어류, 양서파충류, 곤충류, 무척추동물류, 식물류)으로 연구를 진행합니다. 야생생물 보전을 위한 서식지 환경생태 연구는 물론 행동학 연구, 야생화 훈련, 증식·재배 기술 연구, 서식지·대체 서식지 도입을 통한 개체군 안정화, 개체군 모니터링 연구 등을 수행하죠.
7개 분류군 중 박사님께선 조류를 연구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현재 조류팀 소속으로 저어새나 검은머리갈매기,
양비둘기 같은 멸종위기 조류를 대상으로 전수조사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전국에 있는 야생개체군의 동태 변화를 파악하거나 번식지, 취식지, 중간기착지 등 핵심서식지의 위협요인을 찾고 이를 저감할 방법을 연구합니다. 또한 조류에 가락지나 위치추적기를 부착해 중간좌표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철새의 이동 경로를 파악합니다.
국내·외적으로 겪고 있는 생물의 멸종위기 현황도 궁금합니다.
지난 2017년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267종이었으나, 2022년 282종으로 개정됐습니다. Ⅰ급의 1종 및 Ⅱ급의 18종을 신규 추가했고 Ⅱ급의 4종을 해제했죠. 전체적으로 봤을 때, 국내·외적으로 멸종위기종 평가를 통한 지정과 해제 과정에서 멸종위기종의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생물의 멸종 이슈는 어느 시대에나 위기를 불러오는 것 같습니다. 생물의 멸종위기는 어떤 전 지구적 영향을 불러오나요?
대진화(Macro-evolution)에서 한 종이 생성하고 멸종하는 것은 진화의 과정으로 알려져 있죠. 많은 사람이 “한 종이 없어지고, 복원하는 것이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라는 질문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좀 더 넓은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구는 오래전부터 여러 번의 대멸종(Mass extinction)이 진행됐습니다.
스웨덴의 환경과학자 요한 록스트룀(Johan Rockstrom)은 생물계가 붕괴할 경우, 전 세계적 식량, 식수 부족 사태가 발생하고, 지구 대기의 구성이 급격하게 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는 대멸종으로 불리는 사건에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다고 합니다. ‘약 30% 이상의 식물, 동물종이 멸종했는가?’, ‘멸종이 특정 생물군이 아닌 여러 생물군에서 나타나는가?’, ‘멸종은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인가?’, ‘상대적으로 매우 짧은 시간에 발생했고, 한 가지 혹은 연관된 일련의 사건에 의해 일어나는가?’, ‘멸종의 규모가 배경 멸종의 규모보다 큰가?’. 이것만 봐도 우리가 왜 멸종위기 생물을 보호해야 하는지 이해하실 것입니다.
정말 큰 위기가 오는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독자들이 멸종위기종을 보호할 방법이 있을까요?
멸종위기종은 우리 주변에 있어야만 하는 존재입니다. 국가의 노력뿐만 아니라 지자체, 특히 주민들이 함께 풀어야 하는 공동 과제이죠. 과거에는 식목일에 관련 애니메이션을 방영하기도 했습니다. 황량한 계곡에서 양치기 노인이 반백년 동안 꾸준히 도토리를 심어 결국에는 풍요로운 숲으로 변모했다는 이야기였는데, 현재 멸종위기종을 지키는 사람들에게서 그 양치기 노인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보전을 위해 공존과 공유의 연계성을 이해해야 합니다. 지역사회와 멸종위기종이 더불어 살 수 있도록 대국민 홍보·교육, 서식 위협요인 제거, 환경오염 모니터링 및 예방, 지역 브랜드화 등 일련의 공존 활동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