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숲과 물, 생태의 뿌리
전북특별자치도 장수군은 노령산맥과 소백산맥 사이에 위치해 산림 면적이 70% 이상을 차지하는 푸르른 지역이다. 오랜 시간 굳게 뿌리를 박고 울창하게 자란 원시림을 자랑하는 장안산군립공원과 덕산계곡은 뜨거운 햇빛을 피해 한숨 쉬어가라는 인사를 건네는 듯하다. 맑은 숲과 물길로 유명한 장수는 여러 동식물의 터전이 되는 자연을 품고 있기에 단순 휴양이 아닌 ‘생태 관광’을 즐기기에도 매우 좋은 곳이다.
지난해 전북 장수 ‘금강 첫물 뜬봉샘과 수분마을’이 환경부의 국가생태관광지역으로 선정됐다. 역사를 품고 흐르는 금강의 시작인 ‘뜬봉샘’이 자리한 일대는 ‘뜬봉샘 생태공원’으로 조성돼 다양한 전시와 체험의 장을 제공한다.
함께 선정된 수분마을은 금강과 섬진강으로 물길이 갈리는 길목에 위치해 붙여진 이름이다. 수분마을의 원래 이름은 ‘물뿌랭이 마을’이라고. 말 그대로 ‘물의 뿌리’라는 뜻이다. 모든 생명의 근원이 되는 물, 그 물의 근원이 되는 곳이자 수많은 생명이 가득한 숲까지 품고 있는 장수에서 생명력 가득한 자연을 느낄 수 있다.
금강의 시작, 조선의 시작 ‘뜬봉샘’
뜬봉샘 생태공원에 들어서면 ‘금강사랑물체험관’이 먼저 인사를 건넨다. 금강과 뜬봉샘이 지닌 가치와 의미, 생태를 배우고 다양한 체험과 전시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장수군의 천연기념물 보호치료소 역할도 하기에 야생동물이 오가는 ‘생태의 거점’이기도 하다.
이를 지나 등산로를 걷다 보면 ‘깊은 산 속 옹달샘’의 풍경을 마주하게 되는데, 이곳이 바로 생태공원의 주인공, 뜬봉샘이다. 이 작은 샘에서 오랜 역사와 흐른 금강이 시작된다. 강의 첫물을 알리는 뜬봉샘에는 또 다른 시작이 담겨 있다.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가 이곳에서 백일기도를 드렸는데 백일째 되는 날 새벽, 이 샘에서 봉황이 떠오르며 ‘새 나라를 열라’는 계시를 들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일까, 조용히 시작되는 물길에서 신비한 기운마저 느껴지는 듯하다.

사계절이 오감에 닿는 생태길
전북특별자치도는 2017년부터 아름다운 풍경과 가치를 담아 걷기 좋은 여행 코스를 ‘전북 천리길’로 조성하고 있다. 맑은 물과 숲을 품어 전북의 허파이자 생태 중심지인 장수에서는 방화동 생태길, 뜬봉샘 생태길, 장수(장안산) 마실길이 천리길로 선정됐다.
특히 방화동 생태길은 2023년 산림청이 선정한 ‘명품 숲길 20선’에도 이름을 올렸다. 장안산군립공원부터 방화동자연휴양림까지 이어지는 10km 길이의 코스다. 걷기 좋은 데크와 흙, 자갈길을 조성해 장안산 녹음 느낄 수 있고, 원시림 골짜기에서는 굽이치는 덕산계곡과 상쾌한 휴식을 즐기기 좋다.
올해도 언제나처럼 더위가 기승을 부릴 여름의 초입이다. 열심히도 빛나는 햇빛을 피해 숲의 그늘 속에 안겨보는 건 어떨까. 더위와 복잡한 일상을 장수의 생태와 함께 새로고침해 보자.



다양한 생태와 공존하며
장수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수달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이자 천연기념물인 수달은 전국에서 서식하나 찾기 힘든 희귀종이다. 족제비과에 속하는 동물 중 온순하고 친근한 편이다. 암갈색의 짧고 광택 있는 털이 몸 전체를 덮고 있다. 긴 몸통과 굵고 둥근 꼬리, 짧은 다리와 물갈퀴를 가져 포유류이지만 물속 생활에 적합하다.

남생이
민물 거북이인 남생이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이자 천연기념물이다. 암갈색 또는 황갈색 등껍질이 여러 개의 판으로 나뉘어 있으며, 길이는 25~45cm 정도다.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하천, 호수, 저수지, 연못 등에 서식하지만 개체 수가 매우 적다. 뜬봉샘 생태공원에 남생이 서식지가 조성돼 있다.

수리부엉이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는 텃새이지만 서식지 파괴, 오염된 먹이 등으로 개체 수가 감소 중인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이자 천연기념물이다. 몸길이는 약 70cm 안팎이며 몸 전체는 황갈색이고 가슴·등·날개에 검은 줄무늬가 있다. 깊은 산 속 암벽이나 바위산 등에 서식하며 번식기 외에는 주로 밤에 활동한다.

세뿔투구꽃
우리나라 고유종이며 여러해살이 식물로, 경상도와 전라남도 일대 산기슭에 분포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이다. 잎의 윗부분은 삼각형이며 7~9월에는 투구 모양의 꽃이 핀다. 관상학 목적 또는 약용으로 쓰였는데, 독성이 강해 독화살을 만들거나 사약의 재료로 쓰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