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를 가장 먼저 마주하는 곳, 섬

기후변화는 모든 지역에서 동시에 나타나지 않는다. 그 중에서 가장 빠르게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섬이다. 섬은 육지보다 해양 환경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기 때문에 수온과 해류 변화가 곧 생물 분포 변화로 이어지는 특성이 있다.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이 섬 지역을 중심으로 생물다양성 변화 양상을 지속적으로 관측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표층 수온은 최근 50년 동안 약 1.23℃ 상승했다. 전 세계 평균 상승폭인 0.47℃보다 약 2.6배 높은 수준이다. 이 수치는 한반도 주변 해역이 기후변화 영향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온 상승은 생물의 이동, 서식 가능 범위, 번식 시기까지 함께 변화를 일으킨다. 그 결과 기존 토착 생물의 개체 수 감소를 초래하고, 동시에 따뜻한 해역에서 살아가던 아열대성 생물의 유입을 가속화한다. 이런 변화는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연안 생태계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한다.

수중 조사

남해에서 발견된 남방계 어류 - 위쪽부터 흰꼬리노랑자리돔(경남 홍도)1, 세줄얼게비늘(거문도)2, 파랑돔(여서도)3

바다가 따뜻해질수록 이동하는 어류들

어류는 수온 상승과 해류 변화에 비교적 빠르게 반응하는 생물이다. 수온이 상승하면 서식 가능한 환경이 북쪽으로 이동하고, 그 흐름을 따라 어류의 분포 범위도 함께 이동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최근 우리나라 연안에서는 대마난류 세력이 강해지면서 고수온 현상이 오랜 기간 이어지는 모습이 관측되었다. 그 영향으로 남방계 어류의 분포 범위는 제주도를 넘어 남해와 동해 연안까지 점차 확대되고 있다. 특히 수온이 높은 시기인 8~10월에는 자리돔과, 놀래기과, 동갈돔과, 나비고기과 등 남방계 어류 유입이 눈에 띄게 증가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현재 확인되는 변화가 계절적 변동에 따른 일시적 현상인지, 혹은 장기적으로 국내 연안에 정착하는 과정의 일부인지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관측이 필요하다. 같은 해역에서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장기 데이터는 생태계 변화를 해석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출현 시기, 개체 수 변화, 성장 여부, 월동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확인해야 변화의 의미를 정확하게 읽을 수 있다.

미기록종 발견이 말해주는
생태계 변화의 방향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이 학계에 보고한 미기록종 어류인 노랑점나비고기(좌사리도 발견)와 노랑무늬양쥐돔(거문도 발견)은 열대 해역에 주로 분포하는 종이다. 이 종들은 대마난류를 따라 국내 연안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례는 해양 환경 변화가 실제 생물 이동과 분포 변화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관측 결과다. 새로운 종이 확인된 것은 물론 해양 생태계 구성 자체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특히 미기록종 발견은 이후 변화를 추적하는 기준점 역할을 한다. 같은 종이 반복적으로 관측되는지, 성장과 번식이 가능한지, 겨울철에도 생존하는지에 따라 해당 종이 일시적으로 유입된 것인지, 국내 해역에 자리 잡는 과정에 들어간 것인지 판단할 수 있다.

최근 발견된 한국 미기록종 어류 - 위쪽부터 노랑점나비고기(좌사리도)4,
노랑무늬양쥐돔(거문도)5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은 앞으로 남방계 어류의 국내 분포 현황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종별 분포 범위 변화와 출현 시기 변화, 성장 및 월동 여부 등을 중심으로 장기 관측을 수행할 계획이다. 이러한 관측은 기후변화가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미래 변화를 예측하는 데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