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 기니숲

621,705㎢

서아프리카 동서로에서
카메룬북쪽지대까지 이어진 길이

서아프리카 생태계의 보고, 기니숲

생물다양성 핫스팟(Biodiversity Hotspot)은 영국의 생태학자 노만 마이어스가 1988년에 만든 개념으로, 이례적일 정도로 두텁고 독특한 생태계가 구축돼 있지만 사라지거나 파괴될 위험이 커서 특별히 보호해야 할 생태 지역을 일컫는다. 지구 토지의 2.3% 내외의 작은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지구상의 식물 44%와 척추동물 35%가 이곳에 살고 있어 생태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무분별한 난개발과 급격한 기후 변화로 인해 본래 조성돼 있던 초목의 70% 이상이 파괴돼 있기에, 생물 다양성 보존과 생태계 복원을 위해 반드시 보호받아야 할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에 걸쳐 총 34곳이 생물다양성 핫스팟으로 지정돼 있는데, 오늘 소개할 기니숲(Guinean Forests of West Africa)도 그중 하나다. 기니숲은 서쪽의 시에라리온과 기니에서 출발, 대서양과 맞닿은 서아프리카 해안선을 따라 동쪽 카메룬에 이르기까지 길게 형성된 서아프리카 생태계의 보고다. 동서로 길이가 워낙 길다 보니 서아프리카의 11개국에 걸쳐 형성돼 있으며, 토고와 베냉의 건조림 지역인 다호메이 갭(Dahomey Gap)을 기준으로 서쪽의 어퍼 기니숲(Upper Guinean Forest)과 동쪽의 로어 기니숲(Lower Guinean Forest)으로 나뉜다.
나아가 적도기니의 수도가 자리 잡고 있는 비오코섬, 대서양의 섬나라 상투메프린시페의 상투메섬과 산투안토니우섬도 각각 특유의 독특한 생태계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을 인정받아 기니숲에 포함돼 있다.

9,000여 종

관속식물

1,800여 종

기니숲에서만 서식하는 고유종

많은 고유종이 서식하는 다채로운 생태계

기니숲은 생물다양성 핫스팟이라는 지위에 걸맞은 풍부한 생태계를 지니고 있다. 9,000여 종의 관속식물이 자생하고 있으며, 이 중 1,800여 종은 기니숲에서만 서식하는 고유종이다. 적도 일대에서 나타나는 열대·아열대 습윤활엽수림이 분포돼 있으며, 계절에 따라 12~33℃ 사이의 기온을 보인다. 우기인 5~10월에 대부분의 비가 내리며, 강수량은 지역에 따라 연간 2,000~3,000㎜ 내외로 매우 많다.
기니숲에는 아프리카 대륙 토착 포유류의 1/4에 해당하는 포유류 420여 종이 살고 있으며, 조류 920여 종, 파충류 110여 종, 양서류 270여 종 등이 기니숲의 생태계 속에서 어우러져 살아간다. 이 중 최소 포유류 65종, 조류 48종, 파충류 20종, 양서류 118종이 기니숲 고유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기니숲에서 사는 영장류 약 30종 중 90% 이상이 이곳에만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서부고릴라, 프레우스원숭이, 드릴개코원숭이 등 대부분의 영장류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기니숲 지역에는 2015년 기준 약 8,500만 명이 살고 있는데, 인구 증가와 도시 확장, 화전과 무분별한 벌목과 광업 등으로 인해 토착 식생의 85% 이상이 파괴됐다. 또한 빈곤 문제와 정치적 불안정, 개발도상국 특유의 난개발,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내전 등으로 인해 남아 있는 생태계마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돼야 기니숲의 생태계를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만큼, 서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협력과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 ▲ 프리우스원숭이
  • ▲ 드릴개코원숭이
  • ▲ 피그미하마
  • ▲ 흰어깨다이커

기니숲의 대표적 멸종위기 야생생물

프리우스원숭이 나이지리아, 카메룬, 적도기니의 해발 800m 이상 산지와 저산지의 원시림에서 생활하는 긴꼬리원숭이과의 주행성동물이다. 평균 몸길이와 몸무게는 47㎝, 10㎏으로, 일반적으로 수컷이 암컷보다 크다. 길고 곱슬곱슬한 짙은 회색의 털을 갖고 있으며, 등쪽이 불그스름하고 턱수염은 하얗다. 한 마리의 수컷과 여러 마리의 암컷 및 새끼로 구성된 20여 마리 내외의 무리생활을 하며, 과일, 나뭇잎, 곤충 등을 먹는다. 3년마다 한 배에 한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드릴개코원숭이 몸길이가 60~77㎝에 달하는 긴꼬리원숭이과 주행성동물이다. 수컷과 암컷의 몸무게는 각각 25㎏, 12㎏으로 수컷의 몸집이 암컷에 비해 2배 정도 크다. 갈색 털과 검은색 얼굴을 갖고 있으며, 성숙한 수컷은 턱수염이 붉게 변한다. 카메룬의 열대우림에 서식하며, 한 마리의 수컷과 여러 마리의 암컷으로 구성된 20여 마리 규모의 무리생활을 한다. 주식은 과일, 나뭇잎, 무척추동물 등이다.
피그미하마 하마와 비슷한 생김새를 지니고 있지만 몸길이 1.5m 내외, 어깨 높이 75~100㎝, 몸무게 180~250㎏으로 크기가 매우 작다. 하마와 달리 아래턱 앞니가 1쌍밖에 없으며, 발에는 물갈퀴가 없다. 라이베리아, 시레라리온, 기니 심림지대의 물가에서 단독 혹은 1쌍씩 짝을 지어 산다. 습지를 좋아하지만 물에는 들어가지 않으며, 낮에는 파 놓은 구멍에서 잠자고 밤에 나와 풀, 열매, 식물 뿌리 등을 먹는다.
흰어깨다이커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코트디부아르의 삼림지대에서 서식하는 야행성동물이다. 몸길이 150㎝, 몸무게 80㎏으로 영양과 중 큰 종에 속하며, 몸 색깔이 검은색, 흰색, 회색으로 확실하게 구분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암수 모두 15㎝ 내외의 직선형 뿔을 가지고 있으며, 끝부분이 땅바닥을 향해 약간 굽어 있다. 나무 주위나 덤불 숲 근처에서 생활하면서 천적을 피하고 자신의 영역을 방어하며, 주로 어린 싹이나 나무 열매를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