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탐조 여행을 떠나기 좋은 계절

철새 탐조 여행의 계절이 왔다. 무성했던 잎이 떨어지고 무채색 세상이 시작되는 12월부터 겨우내 얼었던 대지가 몽글몽글해지며 생명이 하나 둘 돋아나는 3월까지, 귀한 손님인 겨울철새가 해마다 우리나라를 찾는다.
열대와 한대의 건널목인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드물게 많은 철새가 지나가는 곳이다. 이른 봄에 우리나라를 찾아와 새끼를 낳고 여름이 지나 다시 떠나는 여름철새도 있지만, 그 종류나 수에 있어 겨울철새에 비할 바가 아니다. 시베리아·몽골 같은 추운 지역에서 월동을 위해 이동 중 우리나라에 잠시 머무는 겨울철새는 가창오리·두루미·고니 등 120여 종 500여만 마리에 이른다.
곡식의 낟알과 각종 어류 등 먹이가 풍부한 곳, 그러니까 물과 뭍이 만나는 곳에 철새들이 머문다. 하루에 수십 킬로미터를 비행할 수 있는 겨울철새는 한반도 내에서도 기온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이동한다. 초겨울엔 중부 지방, 늦겨울엔 남부 지방에서 철새 무리가 자주 발견되는 이유다.
철새 무리가 하늘을 날며 펼치는 아름다운 군무를 보기 위해서는 새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는 망원경, 방한복과 장갑 및 두툼한 양말이 필수다. 지역마다 찾아오는 철새의 종류가 다른 만큼 미리 철새의 종류와 생김새를 공부해 가거나 따뜻한 물이나 차를 보온병에 가져가는 것도 슬기로운 탐조 여행을 위한 팁이다.
겨울 하늘을 종종 올려다보는 건 철새의 비행을 마주할 수 있어서다. 해가 사라진 자리를 물들이는 신비로운 일몰과 붉게 물든 겨울 하늘을 유유히 비행하는 철새의 움직임은 언제 봐도 경이롭다. 철새들이 같은 장소에 다시 찾아오는 것은 타고난 회귀 본능 때문이라지만, 매년 잊지 않고 먼 거리를 날아서 우리나라를 찾아준 철새가 고맙고 반갑다. 1년 만에 다시 찾아온 귀한 손님, 겨울철새를 만날 수 있는 탐조 여행을 추천하는 이유다.
▲ 금강하구를 수 놓는 철새 무리 © 한국관광공사 사진갤러리-김지호

우리나라의 주요 철새 도래지

순천만 철새 도래지

갯벌이 잘 보존된 천혜의 습지로 갈대숲이 자라 새들이 둥지를 틀고 몸을 숨기기 좋다. 도요새 등 100종 이상의 조류가 서식한다. 천연기념물 제228호 흑두루미를 보기 위해 탐조 여행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한강하구 철새 도래지

한강하구는 유명한 재두루미의 집단도래지다. 특히 파주시와 김포시 사이의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삼각주 지역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정도로 재두루미가 많이 찾는 곳이다. 최근 재두루미가 사라지고 있으나 큰기러기·청둥오리·도요새 등 철새들이 아직 이곳에 모여들고 있다.

천수만 철새 도래지

충남 서산 천수만 갯벌에 방조제를 쌓아 올려 호수와 간척지가 생겨남에 따라 희귀한 조류들이 찾아 들고 있다. 황새·흑두루미·노랑부리저어새·장다리물떼새·논병아리류·황로·왜가리·해오라기 등 우리나라 철새 종류의 절반을 만날 수 있다.

낙동강 철새 도래지

동양 최대의 철새 도래지로 알려진 천연기념물 제179호다. 먹이가 풍부하고 겨울에도 물이 얼지 않아 사계절 내내 100종 이상의 철새가 찾아 든다. 청둥오리·혹부리오리 등 많은 새가 이곳에 서식한다.

▲ 노랑부리백로
▲ 큰고니 ▲ 검은머리물떼새
▲ 금강하구를 나는 철새 © 한국관광공사 사진갤러리-김지호

금강과 서해가 만나 더 풍성해진 생태계, 금강하구와 유부도

금강과 서해 생태계가 함께 모여 사는 금강하구에는 철새 총 25만여 마리가 서식한다. 봄·가을엔 도요새, 겨울엔 청둥오리·흰뺨검둥오리·고방오리·쇠오리가 머무는 삶의 터전이 된다. 천연기념물인 개리와 큰고니, 멸종위기종인 검은머리갈매기·넓적부리도요 등 희귀한 철새들을 만날 수 있는 생태계의 보고기도 하다.
금강이 흘러 서해와 만나는 자리에 모래펄이 쌓여 만들어진 섬 유부도는 환경적 가치가 높은 장소로 손꼽힌다. 임진왜란 때 부자가 난리를 피해 섬에 머물게 되었는데 아버지가 살던 섬은 유부도, 아들이 살던 섬은 유자도라고 부르던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현재는 유부도만 이름이 남아 있다.
유부도는 고려 선비들이 유배돼 생을 마친 곳으로 유명할 만큼,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외진 곳이다. 그래서 이곳에 서식하는 동·식물에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누릴 수 있는 낙원이다. 56종 39만 마리의 조류와 125종의 동물이 유부도를 터전 삼아 살아가는 이유다.
  • ▲ 저어새 © 멸종위기종복원센터 권인기
  • ▲ 개리 © 서울대공원
▲ 혹부리오리 © 이상연

겨울의 금강하구는 철새의 낙원이다

겨울의 금강은 오롯이 철새들의 차지다. 금강하구의 대표 철새인 검은머리물떼새와 멸종위기 II급 겨울철새로 매년 금강하구에서 월동하는 검은머리갈매기를 비롯해 흰뺨오리·비오리·개리·가창오리·큰고니 등이 금강의 하늘을 수놓은 채 저마다의 군무를 펼친다. 추수를 끝낸 들판은 수만 킬로미터를 날아온 철새들이 고단한 몸을 쉬어 가는 안식처가 되고, 다채로운 생명을 품고 있는 갯벌에선 다시 날아가기 위한 힘을 비축하려는 새들의 움직임이 바쁘다.
군산과 장항을 잇는 금강하굿둑은 탐조 여행 최적의 장소다. 1,841m로 길게 이어진 둑길을 천천히 거닐다 보면 어느새 해가 지고 하늘이 붉게 물드는데, 이때가 하이라이트다. 시베리아 동부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찾아온 가창오리 떼가 만드는 신비로운 군무는 드넓은 금강과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금강하구의 서천군 갯벌 역시 세계적인 희귀종 넓적부리도요를 관찰할 수 있는 곳으로 인기가 많다. 넓적부리도요는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이 지정한 적색목록의 위급종 동물로 전 세계에서 300여 쌍만 생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넓적부리도요와 천연기념물 제326호인 검은머리물떼새의 국내 최대 서식지가 바로 서천군 갯벌과 이어진 유부도다. 쉽게 모습을 보여주지 않지만, 인내와 간절함에 운까지 따른다면 유부도 갯벌을 비행하는 넓적부리도요와 검은머리물떼새를 마주하는 행운을 기대할 만하다.

금강하구 인근에서 방문할 만한 생물 연구기관은 여기!

국립생태원

국립생태원은 생태 연구를 선도하고 국민들에게 생태계에 대한 다양한 체험과 배움의 장을 제공하는 생태 연구기관이다. 국립생태원에서는 멸종위기종 복원, 장기생태 연구, 습지 연구, 기후변화 연구 등 동물과 식물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한다. 그뿐만 아니라 여러 전시관도 운영한다. 열대관·사막관·온대관·지중해관·극지관을 조성한 생태전시관 에코리움과 고산생태원, 에코케어센터, 한반도숲길, 에코케어센터 등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위치 충남 서천군 마서면 금강로 1210
운영시간 3~10월 09:30~18:00, 11~2월 09:30~17:00(매주 월요일 휴무)
입장료 성인 5천원, 청소년 3천원, 소인 2천원, 서천군민 50% 할인, 그린카드 소지자 30% 할인
문의 041-950-5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