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부,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 참여하다

작년 12월 7일부터 12월 19일까지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가 열렸다.
196개의 당사국과 16,000명의 참가자가 모인 이번 총회에는 우리나라 정부 대표단도 참여했다.
아침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생물다양성에 관해 치열하게 논의했던 회의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는지 현장의 이야기를 낱낱이 공개한다.
2021년 10월 중국 쿤밍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CBD COP15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1부 회의가 진행됐으며, CBD COP15 의장인 중국을 필두로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대면으로 2부 회의가 진행됐다.
우리나라는 김종률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을 수석 대표로 환경부(자연생태정책과, 생물다양성과), 국립생물자원관, 국립공원관리공단,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식품부, 산림청,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해양수산부, 한국환경연구원 등 여러 기관의 48명이 현장에 참여했다.
생물다양성협약 대응 업무를 담당하는 국립생물자원관은 서민환 관장을 교체 수석으로, 생물다양성센터 체계 개편 TFT 3명, 유전자원정보관리센터 1명이 참가했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국가대표선수단도 이런 감정일까? 각자 맡은 포지션을 완수하기 위해 대한민국 정부 대표단의 1인으로 참여한 총회 회의장에서 ‘Republic of Korea’라고 쓰여 있는 대표단 자리를 보고 있으니, 우리나라를 위해 열정적 논의가 펼쳐지는 이 현장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 ENB Photo by IISD / Mike Muzurakis
평창에서 열린 CBD COP12
2014년 평창에서 대한민국의 주도로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가 개최됐다. 해당 총회에서는 평창 로드맵과 「강원선언문」을 채택했다.

평창 로드맵

2020년까지 세계 생물다양성 목표인 아이치 타깃 달성을 위한 전략과 과학 기술 협력, 재원 동원, 저개발국가의 역량 강화 등 핵심 수단별 추진 사항을 망라하는 단계별 이행 방안이다.

「강원선언문」

‘평창 로드맵’의 지지와 재원 동원 전략 협상의 진전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생물다양성 과학 기술 협력을 위한 ‘바이오브릿지 이니셔티브’, ‘산림 생태계 복원 이니셔티브’, ‘지속 가능한 해양을 위한 역량 강화 프로그램’ 등 우리나라 주도의 이니셔티브를 환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CBD COP15에서 정부 대표단의 역할

정부 대표단은 총회 참석 전에 부처별로 관련 의제를 검토한 후, 현장에서 주요 쟁점별로 대한민국의 입장을 마련해 의견을 개진하고 필요시에는 국내 이행 준비 등을 검토한다.
당사국총회는 총회(Plenary), 작업반 I(Working Group I), 작업반 II(Working Group II), 콘택트 그룹(Contact Group), 소그룹 회의(Friends of Chair)로 나뉜다. 총회, 작업반 I, II는 공식적으로 오전 3시간, 오후 3시간으로 나누어 진행되며, 아랍어·영어·스페인어·불어·중국어·러시아어를 포함 총 6개 국어로 동시통역이 이루어진다.
콘택트 그룹과 소그룹 회의는 필요에 따라 유동적으로 열린다. 회의는 보통 오후 7시 30분부터 시작해서 의제나 상황에 따라 밤늦게까지 계속 진행되기도 하는데, 영어를 사용하며 동시통역은 없다. 약 2주간 영어로 진행되는 회의에서 우리나라에 유리한 내용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회의장과 가장 가까운 숙소를 선점하는 점과 강인한 체력이 필수이다. 우리 대표단은 아무리 회의가 늦게 끝나더라도 다음 날 오전 8시 30분에 모여 일과를 점검하거나 중요한 사항에 대해 공유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비공식적인 회의는 지역별 회의가 오전 9시 또는 9시 30분에 별도로 진행돼 전날 있었던 회의장 분위기나 주요 사안에 대해 공유 및 논의한다. 공식적인 세션 사이인 오후 1시부터 3시에는 다양한 주제의 부대 행사가 열리는데, 참여자들은 개인의 관심사에 따라 참석하면 된다.
통상적으로 환경부 장관이 맡는 수석 대표는 정부 대표단을 총괄 관리한다. 고위급 회의에서 국가 발언을 하고, 양자 회의나 부대 행사에서 의견 교류도 담당한다.
고위급 회의는 총회 기간 중 3일간 열린다. 이는 개최국 주도로 열리는 최고위급 포럼으로서 각국 장관급 대표들이 참석해 성과물을 도출한다.
특히 이번 총회에서는 미결 쟁점이 많은 의제에 대해 장관급 협상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에서 발언한 의견을 수렴하고 정제한 문안에 대해 의장이 문서로 공람한 후, 12월 18일 심야에 열린 전체 회의에서 핵심 의제* 6개 L문서(Limited Documents)*를 일괄 채택했다. 필자는 여러 차례 당사국총회에 참여했는데 이렇게 순식간에 일괄 채택을 한 것은 생경했다.
고위급 회의에서의 대한민국 주요 발언

① 기후-생물다양성 공동 위기 강조

② 한국의 노력(보호 지역, 생태 복원, 야생 동물 관리 등)

③ 기여 약속(평창 이니셔티브, 그린 ODA 확대 등)

6개 L문서

①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

② GBF를 위한 모니터링 프레임워크

③ 계획, 모니터링, 보고 및 검토 메커니즘

④ 역량 강화 및 과학 기술 협력

⑤ 자원 동원

⑥ 유전자원에 관한 디지털서열정보 (DSI, Digital Sequence Information)

© ENB Photo by IISD / Mike Muzurakis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우리의 노력

공식 회의 일정보다 하루에서 이틀 정도 지체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CBD COP15는 주요 쟁점별 의제를 잘 마무리하며 좋은 성과를 냈다.
각 당사국 간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그동안 골치를 앓았던 GBF가 이번 당사국총회에서 채택됐다는 것은 대단한 성과이다. 멕시코 대표의 “지금 GBF가 채택된다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큰 생일 선물이 될 것.”이라는 발언에서 GBF의 채택이 얼마나 간절했는 지를 알 수 있다.
필자가 처음 참석했던 제9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 비하면 우리 정부 대표단 역할은 시간이 지날수록 견고해지고, 참여 활동 반경은 점점 넓어졌으며, 시스템 또한 체계적으로 진화한 것 같다.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 또한 높아져서 당사국총회가 열릴 때마다 우리나라가 관심을 가지고 대응해야 하는 의제들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많은 당사국이 노력해 이루어 낸 결정문에 따라 ‘제5차 국가생물다양성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또한 과학기술자문부속기구, 신설될 유전자원에 대한 디지털서열정보 작업반 등 후속 논의 동향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대응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계 부처 및 관련 기관들의 협력이 필요하며 생물다양성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제부터 필자는 정부 대표단의 1인이 아닌 생물다양성 전략을 수립하는 실무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보다 도전적이고 정량적인 목표를 담은 전략을 수립하는 것과 더불어 이행 점검 체계의 중심이 되는 국가 지표를 마련하는 연구가 시급하다.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가 어렵게 채택된 만큼 총회 때의 값진 결과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 첫발을 힘차게 앞으로 뻗을 시기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