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가득 싣고 오는 바다 냄새
목포는 우리나라 최대 면적 국립공원인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가는 중심 관문이자 흑산도, 도초도, 비금도 등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생태 관광지로 가는 다도해의 모항이다. 동시에 배를 타고 나가지 않아도 시내에서 다도해의 아름다움을 쉽게 감상할 수 있는 도시다. 이곳의 다도해 전경은 목포만이 가진 섬 특유의 소박한 운치를 내뿜는다. 이른 봄 새벽을 내달려 도착한 목포는 70~80년대 배경 영화의 단골 촬영지라는 명성에 어울리게 시간이 멈춘 듯했다.
개발되지 않아 그 모습 그대로 남은 목포를 둘러싼 바다는 그저 드넓은 푸름이 아니었다.
육지와 섬, 섬과 섬, 바다와 섬을 악기처럼 자유자재로 연주하듯 거리를 좁히고 넓힌
다도(多島)가 무늬처럼 뿌려진 목포의 바다는 특별했다.
눈앞의 바다를 빙 둘러싼 병풍 같기도, 그래서 거친 파도를 막아주는 잔잔한 어머니의 품 같기도,
또 그래서 안개라도 낀 아침에는 모든 색이 물에 젖어 희뿌연 어머니의 자궁 같기도 한 다도해는 포근하고 따스했다. 가장 먼저 봄 냄새를 싣고 온 바다처럼 말이다.
본격적으로 다도해를 여행하고 싶다면 목포시 고하도에 위치한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에 들르는 것을 추천한다.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은 섬과 연안 지역의 생물자원 전문 연구기관으로, 이미 몇 해 전부터 자연을 보존하며 관광하는 다도해 생태 관광을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목포시와 손잡고 최근 『우리 섬, 생물탐사지도』 를 발행했다. 지도에는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이 ‘시민 과학자와 함께하는 섬 생물탐사단’과 목포시 고하도 합동 조사를 통해 수집한 생물자원 644종의 정보가 담겨있다. 이 지도를 손에 넣는다면, 고하도 섬 어디에 뚝 떨어져도 호기심 많은 아이처럼 생물 탐사할 수 있는 기분을 얻을 것이다.
난대림과 온대림이 공존하는 다도해의 섬을 헤치는 여행. 무수한 뱃길을 통해 항구로서의 위상을 점칠 수 있는 목포 다도해 여행이 그렇게 시작됐다.
멸종위기 해양생물의 보고(寶庫)
1. 다도해해상국립공원
따뜻한 남쪽, 1,700여 개의 섬이 한 데 모여 무성한 난대성 식물로 장관을 이루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 국내에선 생경한 희귀 동물도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인근에선 자주 발견된다. 이곳엔 붉은바다거북, 수달, 붉은박쥐, 흰꼬리수리, 큰덤불해오라기, 매, 구렁이 등 다수 희귀 및 멸종위기 야생동물이 서식한다. 최근에는 나팔고둥을 비롯해 검붉은수지맨드라미, 유착나무돌산호, 해송, 둔한진총산호 등 멸종위기 해양생물까지 발견돼 해양생태계 건강성이 확인됐다.
2. 나팔고둥
얼마 전 다도해 해상에서 발견된 나팔고둥은 우리나라 고둥류 중 가장 큰 종이며 국내에 존재하는 불가사리의 유일한 천적이다. 국립공원공단의 해양생태계 조사 과정에선 나팔고둥이 불가사리를 먹으려고 시도하는 보기 힘든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나팔고둥은 한 때 구멍을 뚫어 나팔로 사용할 정도로 흔했지만, 무분별한 채취 등으로 개체 수가 현저히 감소해 지난 2012년부터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으로 지정됐다.
3. 검붉은수지맨드라미
곤봉바다맨드라미과에 속하는 자포동물(독이 있는 주머니를 이용해 먹이와 포식자를 공격하는 동물)인 검붉은수지맨드라미는 ‘바닷속 꽃다발’이라는 별명처럼 화려한 외형을 지녔다. 따뜻한 바다에 서식하는 난류 종으로 서식 범위를 통해 바다의 수온 변화를 연구할 수 있어 동물·지리적으로 중요한 존재다. 그뿐만 아니라 검붉은수지맨드라미는 다양한 해양생물에 산란장이나 은신처를 제공해 해양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4. 유착나무돌산호
깨끗한 바다에서만 사는 것으로 유명한 유착나무돌산호는 다양한 해양생물의 서식처를 제공하고 동시에 지구온난화 등 환경 변화를 감지하는 기후변화 지표로서 보존 가치가 크다. 유착나무돌산호는 군체와 촉수가 주황빛을 띠는 아름다운 산호로 1970~80년 대까지는 남해에서 흔하게 발견됐지만, 환경오염 등으로 서식지가 감소하여 멸종위기 야생동식물Ⅱ급으로 지정됐다.
역사가 깃든 고하도 지나 신비의 섬 외달도까지
목포 인근의 다도해에는 따뜻한 해양성 기후로 생태적 보존 가치가 높은 상록수림이 많다. 과거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섬과 기암괴석들은 독특한 아름다움을 뿜어내며 봄을 찾은 관광객을 맞는다. 오늘 갈 곳은 그중에서도 고하도와 외달도다.
육로로 갈 수 있는 고하도는 목포 시내에서 2km 남짓 떨어져 목포항의 관문 역할을 하는 곳이자, 인근 해역을 오가는 선박들의 항로가 있는 중요한 지점이다. 게다가 『우리 섬, 생물탐사지도』를 발행한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이 자리한 곳이다.
고하도에는 또 이순신 장군에 얽힌 역사 등 유서 깊은 장소가 많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은 고하도를 전략적 요충지로 활용해 왜적의 침략을 막아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이충무공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고하도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즐기고 싶다면 전망대로 향하자. 목포 대교와 가까워 차로 접근하기 쉬울 뿐만 아니라 6km 구간의 용오름 둘레길을 걷다 보면 소박하면서도 뜻깊은 역사가 깃든 고하도를 감상할 수 있다.
해가 지기 전에 잰걸음으로 배를 탔다. ‘외로운 달동네’라는 뜻을 가진 외달도에 닿기 위해서다. ‘슬로시티 섬’으로 유명한 외달도는 청정해역의 때 묻지 않은 자연을 간직한 섬이다. 시내와 가까우면서도 섬 특유의 소박하고 아름다운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외달도는 여름 목포를 찾는 관광객에게 인기 있는 섬이다. 고운 해수욕장 덕분에 한옥 민박을 비롯한 민박집과 맛집이 많다. 이런 이유로 전라남도는 이 작은 섬을 올해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했다.
무엇보다 외달도의 백미는 바로 낙조다. 탁 트인 해변이 내려다보이는 산책로에서 낙조를 감상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해안선을 따라 설치된 고즈넉한 해안 산책 데크를 걸으며 아기자기한 섬을 물들이는 붉은 빛을 눈에 담는다.
자연이 만든 거대한 그림에 입술은 닫히고 생각은 걷힌다.
수평선을 지우는 붉은색이 숨 막히게 내려앉았을 때, 옆에선 조그마한 다짐이 들려왔다.
“살다가 잠깐 쉬고 싶을 때, 외달도에 오면 되겠네.”
도심 속 다도해를 감상하는 특별한 방법, 유달산
노령산맥의 큰 줄기가 무안반도 남단에 이르러 마지막 용솟음을 한 뒤 생겨난 산, 유달산은 목포의 정신적 상징이다. 해발 228m로 야트막하지만 작은 바위들이 어우러진 산세가 거침없이 뻗어 산맥의 마무리로 손색없는 아름다움을 지녔다. 높지 않아 오르기 좋고 기암괴석에선 온갖 조형미가 묻어난다. 중간중간 나오는 전망대에서 고개를 돌릴 때마다, 조금씩 모습을 바꾸는 목포와 다도해가 눈에 들어왔다. 목포 사람들에게는 ‘지혜의 샘’으로 통하는 노적봉이 자리한 유달산 정문에서 산책을 시작하면 좋다. 등산이 부담스럽다면 2.7km의 유달산 일주도로를 달려 목포 시가지와 다도해 전경을 감상하는 것도 다른 방법이다.
꼭대기를 향해 걷는 내내 이어지는 탄성을 숨소리 삼아 발길을 재촉했다. 오르는 동안 대학루, 달성각, 유선각, 소요정 등의 경치 좋은 정자에서 조금씩 다른 바다를 보았다. 정상에선 시간이 멈춘 듯한 도시 목포와 잔잔하게 펼쳐진 다도해가 한 프레임에 들어왔다. 섬이 많아 수심이 깊지 않고 파도가 대체로 약해 각종 양식업이나 어업이 발달한 덕분에 볼 수 있는 섬 사이를 격자무늬처럼 채운 해조류 양식장은 또 다른 풍경을 가져다줬다.
가수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 기념비, 우리나라 최초의 야외 조각공원 등 이 작은 산 곳곳에는 이야기가 넘친다.
그뿐만 아니라 영혼이 심판받는다는 일등바위(율동바위), 심판받은 영혼이 이동한다는 이등바위(이동바위) 등이 ‘영혼이 거쳐 간 곳’이라는 이름에 알맞게 영험함을 뿜어내고 있다. 가장 진하게 목포를 느낄 수 있는 바다, 노령산맥이 끝나고 시작되는 다도해를 눈에 담으며 여행의 마침표를 찍는다.
호남권에서 만날 수 있는 2개의 환경부 기관
섬과 연안 지역 생물자원 전문 연구기관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은 섬·연안 지역을 대상으로 국가 생물주권을 조기에 확보하고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해 지난 2020년 8월 설립됐다. 이곳에선 생물자원 전시, 야외 놀이터 등을 운영한다. 또한 한반도와 섬·연안의 생물다양성 등 유익한 정보를 알려주는 상설 전시실도 운영한다. 무엇보다 직접 연구원이 되어 생물자원 연구 활동을 체험할 수 있는 ‘연구자의 방’에서 전시 연계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니, 목포를 찾는다면 잊지 말고 찾아보자.
야생동물 질병을 통합 관리하는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야생동물 질병에 대한 시료 진단, 분석, 기술 등 체계적인 연구는 물론 예찰, 역학 조사, 방역 등 바이러스에 전문적으로 대응하는 기관이다. 사람, 환경, 동물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원헬스를 바탕으로 사람과 가축 간의 전파 연결 고리를 차단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즉, 야생동물 관련 질병이 터졌을 때 현장에 가장 먼저 나가 대응하며 전반적인 콘트롤 타워 역할을 도맡는 기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