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분류학을 연구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식물분류학은 식물의 다양성에 관한 연구와 식물의 동정, 명명, 분류 및 진화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이에요. 생물학의 기초라고도 할 수 있죠.
그중에서도 자생식물에 관한 연구를 많이 하셨습니다.
지금까지 초롱꽃과와 제비꽃과를 중점적으로 연구했어요. 초롱꽃과는 1995년 당시 취득한 박사학위 연구 주제라 애정이 깊어요. 시간이 많이 흐른 만큼 분류학도 많이 발전해서 그 당시 시도하지 못했던 연구를 현재 제자들과 함께 연구하고 있어요. 제비꽃과 연구는 제 은사님이신 故 이우철 박사님의 유지를 이어받아 시작하게 됐어요. 은사님께서는 생전에 제비꽃과를 연구하시고 싶었는데 고령이시라 연구를 못 하시고 퇴임하셨거든요. 대신 제가 은사님이 쓰시던 교수실을 물려받아 제비꽃을 연구하고 있어요. 그게 2003년이니까 제비꽃과를 연구한 지 20년 가까이 됐네요.
자생식물이란 정확히 무엇인가요?
자생식물이란 어느 특정한 생태계에서 자라는 모든 식물을 말해요. 식물은 온도나 강수량 같은 기후대에 적응한 종류들이 적재적소에서 자라는데 위도가 비슷하면 같은 종류들이 폭넓게 분포하기도 하지요. 1952년에 출간된 『A Synoptical Sketch of Korean Flora』에 의하면 한반도의 자생식물은 4,191종이고, 2016년 발표된 국내 논문에 의하면 한국에만 분포하는 자생식물의 종류는 2,954종 정도라고 해요. 즉, 우리나라는 면적 대비 식물다양성이 높은 곳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한국에는 백두대간도 있고 반도라는 특징도 있어서 독특한 기후대가 많이 만들어지는 장소거든요. 그래서 그만큼 다양한 식물이 존재하는 거고요.
우리나라 자생식물을 만날 수 있는 곳을 추천해 주세요.
대관령 능경봉, 화천 광덕산, 태백산을 추천해요. 능경봉과 광덕산 계곡은 봄 식물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고, 태백산의 두문동재-금대봉-대덕산-검룡소 코스는 봄부터 가을까지 식물다양성을 만끽하기 좋은 경로예요.
우리나라 산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자생식물 세 가지를 알려 주세요.
우리나라의 낮은 지역을 책임지는 소나무, 800m 이상 높은 지대를 책임지는 신갈나무가 먼저 떠올라요. 초롱꽃과 식물연구에서 다뤘던 한국의 특산속식물 금강초롱꽃도 운이 좋으면 만날 수 있고요.
자생식물은 우리에게 어떤 이로움을 주나요?
자생식물은 한 마디로 수수하거나 화려하지 않지만, 그 안에는 잘 갖춰진 틀과 기쁨의 상징이 들어 있어요. 한 번은 꽃마리꽃을 사진에 담으려고 30분 정도 자갈 바닥에 앉아 관찰한 적이 있어요. 꽃 너비가 2~3mm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꽃이지만 얼마나 아름답던지, 나중에 그 사진을 책 표지 모델로 사용하기도 했어요. 결국 이런 아름다움은 인간들에게 편안함을 주는 휴식처의 역할을 하죠. 그 외에도 자생식물은 음식의 재료로 이용되고, 목재로 사용되면서 이로움을 주고 있고요.
마지막으로 자생식물의 소중함을 널리 알리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일까요?
요즘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 문제가 사회적으로 커다란 이슈예요. 생물다양성도 마찬가지인데, 특히 식물은 이동성이 없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어요. 따라서 자생식물 보호에 따른 국가 차원의 교육 프로그램 개발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지역별 숲 해설가를 활용한 보전 활동도 펼쳐져야 하고요. 자생식물을 사랑하는 학자로서 저 역시 다양한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식물 관련 책을 많이 출판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