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조용한 강자인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초여름 특히 조심해야 할 질병은 참진드기에 의해 전파되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이다. 이는 인수공통감염병으로, 참진드기가 사람과 반려동물, 야생동물을 숙주로 삼아 흡혈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발병한다. 일반적으로 참진드기는 산소(매장지) 경계의 수풀이 우거진 지역과 수목이 있는 산비탈 경계를 따라 주로 채집되고 있는데, 일부 지역의 산림은 야생동물에게 숨을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함과 동시에 진드기 개체 수를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감염 시 발열, 식욕 저하, 구토, 설사, 두통 등의 증상이 발현될 수 있고,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기까지 한다.

그렇다고 진드기에게 물리면 무조건 SFTS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건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서식하는 참진드기 중에서 극히 일부만 이 질병에 대한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으므로 물린다고 해도 대부분은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참진드기에게 물린 뒤 6~14일(잠복기) 이후에 고열과 함께 구토, 설사 같은 소화기 증상이 나타나면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진료받는 것이 좋다.

현재까지 예방 백신이나 치료제가 따로 없고 증상에 따른 내과적 치료만 시행되는 만큼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진드기의 활동이 왕성한 4월과 11월 사이 야외 활동을 할 때는 참진드기에게 물리지 않도록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는 등 예방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좋다.

철새로부터 옮겨지는
조류인플루엔자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에서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예방과 대응에 힘쓰고 있는 질병인 조류인플루엔자(AI)도 야생동물 매개 질병 중 하나다.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야생조류와 가금류에서 발생하는 급성 전염병으로, 여름철 북반구 지역에서 번식하던 야생조류가 겨울철 월동을 위해 국내로 유입되는 과정에서 AI 바이러스도 함께 전파 및 확산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3년 가금농장에서 AI 바이러스가 처음 발생했다. 발생 농가 인근에 있던 까치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이다. 그 이후 거의 매년 겨울철마다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사회·경제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일부 고병원성 AI 바이러스에서 변이가 일어나면서 여우, 너구리, 물범, 돌고래 등 야생 포유류에서의 감염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3월, 페루에서 바다사자 3천여 마리가 고병원성 AI 바이러스에 감염된 바닷새에게 순차적으로 감염되면서 집단 폐사했고, 지난 1월과 2월 에콰도르와 캄보디아에서는 사람에게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전 세계 21개국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는 870명으로 감염률 자체는 아주 낮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아직 인체 감염사례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축산업에 손해를 끼치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마지막으로 소개할 야생동물 매개 질병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아프리카 야생 멧돼지과(科) 동물의 토착병으로 모든 멧돼지과 동물이 감염될 수 있는 질병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잠복기는 4~19일 사이로 병에 걸린 돼지들은 코, 입 그리고 항문 등에서 출혈이 일어날 뿐만 아니라 고열을 동반한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치사율과 이병률이 높아 생태계와 축산업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하지만 다른 동물 질병들과 달리 아직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그 피해는 더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면 세계동물보건기구에 즉시 보고해야 하며, 국가 간 질병 전파를 방지하기 위해 돼지고기와 관련된 국제 교역이 중단되기도 한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의심 개체 및 야생 멧돼지 폐사체를 발견했을 때는 접촉하지 말고 즉시 지자체, 환경부 및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에 신고해 주길 바란다.

과학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지역을 막론하고 야생동물-가축-인간 사이의 거리는 빠르게 가까워졌다. 사람들은 고성능 장비들을 활용해 야생동물을 쉽게 포획하고, 고밀도로 감금 및 사육하면서 자원으로 활용했다. 이처럼 야생동물과 서식지에 대한 인간의 영향력은 유례없이 광범위하고, 강력하며 신속해졌고, 그에 따라 질병의 전파를 막아주던 종간 ‘완충 지역’은 빠르게 붕괴되고 있다. 지난 2008년 영국의 국제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된 논문에서 “새롭게 대두되는 신종 질병의 60%는 인수공통감염병이며 그중 72%는 야생동물로부터 유래한다”는 의견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야생동물 불법 포획, 무분별한 개발 등을 제한하고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보전해야 한다.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것은 곧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기도 하다. 그동안 우리가 누린 것들이 생물이 주는 이로움이며, 이러한 이로움을 지키기 위해 야생생물을 보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