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보다 풍성한 ‘생물다양성의 보고’

열대 안데스는 우리나라 국토의 15배가 넘는 1억 5,800만ha의 생태계를 자랑한다. 이곳은 베네수엘라 서쪽 지역에서 출발해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북쪽 지역까지 남아메리카 대륙의 여러 나라를 종으로 관통하며 형성됐는데, 안데스산맥을 따라 길게 이어진 모습이 남미 대륙의 초대형 물뱀 아나콘다를 연상케 한다.
열대 안데스는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한 생물종을 보유한 세계 생물다양성 핫스팟이기도 하다. 3만여 종의 관다발식물을 포함해 전 세계 식물종의 1/6이 이곳에서 자라나고 있다. 세계 생물다양성 핫스팟 중 가장 많은 양서류·조류·포유류종을 품고 있으며, 파충류종은 두 번째로 많다.
안데스산맥의 면적은 아마존의 1/12에 불과하지만, 생물다양성은 아마존보다 풍성하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 카스텐 라벡 생물학과 교수 연구팀이 2019년 9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생물종의 다양성은 기후의 다양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따라서 다양한 기후가 공존하는 산악 환경은 일반 지형 대비 생물다양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특히 연구팀은 안데스산맥의 생물다양성을 예로 들며, 이 지역은 토양이 비옥하고 태양광을 많이 받는 적도 근처에 있어 생물종이 더욱 다양해질 수 있었다고 밝혔다. 남달리 높은 안데스 산맥의 생물다양성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국립생물자원관, 남미 에콰도르에 생물다양성 관리 기술 전수

국립생물자원관은 열대 안데스의 중심에 자리한 에콰도르의 유전자원 관리 중·장기 전략 마련, 유전자원 데이터 은행 구축 지원, 유전자원 관리 역량 강화 등을 위해 2022년 12월부터 ‘에콰도르 유전자원 데이터 은행 설립 및 역량 강화’ 사업을 진행 중이다. 2028년 말일까지 약 6년간 총 34억 원 규모의 공적개발원조(ODA) 자금이 투입되는 이 사업을 통해 에콰도르는 생물다양성을 전문적으로 연구·보존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된다. 한편 이번 사업은 우리나라 학계와 산업계가 에콰도르의 풍부한 생물 자원을 한층 깊게 연구할 수 있도록 이끄는 교두보 역할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투명날개나비
열대 안데스

15,800 만 ha

열대 안데스 면적

30,000여 종

열대 안데스에 서식하는 관다발식물

열대 안데스 보존의 바로미터, 투명날개나비

열대 안데스를 중심으로 한 중남미 지역에는 투명날개나비가 산다. 이름 그대로 날개가 유리처럼 투명한 나비로, 400여 종이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들은 언뜻 보면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한결같이 화려한 패턴과 색상의 날개를 자랑하는데, 이는 포식자에 대한 경고의 역할을 한다. 수컷 투명날개나비는 독성이 있는 식물을 먹고 살면서 복부에 쓴맛이 나는 독소를 모으고, 짝짓기할 때 이를 암컷에게 전달함으로써 포식자의 위협으로 한결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방식으로 유전자를 이어 온 투명날개나비종의 분포 지도가 열대 안데스 보존 지역과 거의 맞아떨어진다는 사실이다. 인간은 열대 안데스의 비옥한 토지를 농경지로 바꾸기 위해 무분별하게 숲을 훼손해 왔으며, 해당 지역에서는 투명날개나비가 여지없이 자취를 감췄다.
아울러 투명날개나미가 많은 지역은 인간의 개발로 인해 서식지가 파괴될 위험이 가장 높은 지역과 상당 부분 겹치며, 이는 투명날개나비와 열대 안데스 생물종의 존속에 있어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 따라서 투명날개나비의 분포 지도를 세세하게 조사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한다면, 열대 안데스의 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투명날개나비의 아름다운 날개가 앞으로도 오래도록 사람과 자연을 하나로 잇는 교감과 상생의 창 역할을 하길 기대해 본다.

열대 안데스의 대표적 멸종 위기 생물

안경곰(Tremarctos ornatus)
해발고도 450~3,700m의 안데스산맥에 서식하는 라틴아메리카 유일의 곰이다. 몸길이 1.2~2.1m, 몸무게 35~200kg으로 덩치가 비교적 작으며, 눈둘레에 안경을 끼고 있는 것처럼 백색의 테가 있어 안경곰이라 이름 붙었다. 나뭇잎, 나무뿌리, 과실 등을 주식으로 삼는데, 곤충, 설치류, 동물 사체 등도 먹는다. 야행성이며 동면은 하지 않는다.
안데스산고양이(Leopardus jacobita)
안데스산맥의 수목한계선을 넘어 암석이 많은 건조한 곳에서 한정적으로 서식하며, 가장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고양이 가운데 하나다. 잿빛에 노르스름한 갈색 줄무늬가 있으며, 몸무게 4kg, 몸길이 80cm 내외이다. 청력이 매우 예민하고 야행성이며, 짝짓기 철을 제외하면 혼자서 생활한다.
안데스바위새(Rupicola sp.)
안데스산맥 중 항상 구름과 안개가 끼어 있는 운무림에서 서식한다. 몸길이 30cm 내외이며, 머리와 몸통 상부는 선명한 주황색을, 날개에서부터 꼬리까지는 회색과 검은색을 띤다. 암수 모두 수북한 머리깃을 갖고 있다. 짝짓기 철에는 한곳에 모여 열정적인 구애 활동을 펼치며, 둥지 짓기와 알 품기는 암컷이 전담한다.
안데스콘도르(Vultur gryphus)
몸길이 100~130cm, 날개폭 320cm 내외의 대형 조류다. 깃털은 검은색과 갈색이며, 목둘레에는 흰색 솜털이 나 있다. 낮에 주로 죽은 동물의 고기나 작은 동물을 사냥해서 먹으며, 9~10월에 안데스산맥의 동굴, 바위틈, 절벽 돌출부에 1~2개의 알을 낳는다. 어린 새는 2살이 될 때까지 부모 곁에 머물며, 7~11살이 넘어야 성숙한다. 수명은 50년 이상이다.
참고 자료 1. Critical Ecosystem Partnership Fund, 『Ecosystem Profile The Philippines Hotspot』, 2021
2.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584/0000005898?sid=105
3. https://www.segye.com/newsView/20221212504221?OutUrl=naver
4. 국립생물자원관 생물다양성 뉴스레터
5. 두산백과 두피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