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계에서 유명인사이십니다.
안녕하세요. 국립생물자원관 기후·환경생물연구과에서 환경생물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박선재 연구관입니다. 2007년 국립생물자원관 창단 멤버로 직장생활을 시작했어요. 입사 초에는 곤충 표본 수장고 세팅을 위해 20만 점이 넘는 기증 표본을 정리하는 업무를 맡았고, 최근에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생물에 대한 대응 연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생물은 무엇인가요?
2020년 인천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이 발견된 사건을 기억하실 텐데요. 등깔따구가 수도관을 통해 정수장에서 가정집으로 이동한 일이었죠. 우리나라 유일의 생물종 판별 지원 및 연구 기관인 국립생물자원관이 발빠르게 투입돼 깔따구의 유전자를 분석했고 종을 판별했어요. 이후 수돗물을 관리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깔따구류와 수돗물에서 발견되는 생물에 대한 분류 및 생태 특성 교육을 진행해 향후 대발생 시 효과적으로 관리할 방안을 마련했죠. 최근에는 ‘러브버그’라고 불리는 붉은등우단털파리가 대량으로 발생해 집중 연구 중이고요.
러브버그 대발생애 대해 자세히 알려주세요.
러브버그의 정식 명칭은 붉은등우단털파리로 성충 암컷과 수컷이 꼬리를 맞대고 다닌다고 해 붙여진 이름입니다.
2022년부터 서울 은평구 및 경기 고양시 등지에서 대발생해 유명해진 곤충인데요. 올해도 6월 중순부터 서울에서 대발생해 시민들의 불편함을 야기하고 있죠. 하지만 이들의 생활사나 생태적 특징을 들여다보면 대발생이 이해가 됩니다.
러브버그는 성충으로 길어야 일주일 정도 사는데, 짧은 생존 기간 동안 유전자를 후대에 남기기 위해 대발생해 짝짓기를 한 후 알을 낳고 죽어요. 러브버그의 애벌레는 낙엽이 쌓인 토양에서 생활하며 토용 유기물을 분해하는 역할을 하고요. 어찌 보면 토양의 지렁이와 같은 고마운 존재라고 할 수 있죠. 성충이 되면 입이 퇴화돼 먹이 활동을 못해요. 그저 꽃의 꿀이나 나무의 수액 등을 먹으며 살아가죠. 이 과정에서 수분 매개의 역할을 담당하고요. 이런 러브버그의 특징을 본다면 익충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물론, 사람들에게 병원균을 옮기거나 모기처럼 피를 빨아먹는 피해를 주지도 않고요.
러브버그가 일으킬 문제가 없다는 뜻이군요.
그렇죠. 러브버그가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건 단지 너무 많이 나타난다는 것일 뿐이죠. 러브버그가 처음 발생했을 때는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털파리류의 한 종이라고 생각했는데,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에 아직 보고되지 않은 종이란 것을 확인했죠. 또한 이들이 우리나라에 유입된 종이라고 단정할 수 없어 이를 면밀히 연구 중이고요.
러브버그를 개체 수 조절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서울시 등 지자체에서는 러브버그 방제에 노력을 기울였어요. 보다 효율적이고 친환경적 방제를 위해 이들의 주 서식지인 숲에서는 물리적으로 개체 수를 조절하고,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도심에서는 즉각적인 관리를 위해 화학적 방제를 병행했고요. 만약 숲에서도 무분별한 화학적 방제를 했다면, 이들을 먹이로 하는 천적 등도 함께 죽일 수 있어 나중에 더 큰 문제가 발생할지도 모릅니다.
결국 러브버그도 우리가 지켜야할 생물다양성의 일부분이라는 말씀이시군요.
모든 생물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러브버그 역시 소중한 생물이죠. 이를 위해 국립생물자원관은 국내외에서 대발생했거나 대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종 목록을 구축 중이에요. 대발생 곤충에 대한 정보를 꾸준히 확보하고, 대발생하는 원인을 분석 및 연구해 향후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자 노력 중이에요. 다만, 이런 일이 단기간에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여러 관련 기관들이 협력해 정보를 공유하고, 대응 방안을 찾아 나간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타날 거라 믿어요. 저희가 해야 할 것은 올바른 정보를 시민들께서 신속히 알 수 있도록 공유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이죠. 그러니까 당장은 힘들고 불편하더라도 많은 사람이 주변 생물에 관심을 가지고 이들도 우리의 소중한 생물 자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생물다양성 보호를 위해 우리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전해주세요.
우리가 사는 지구는 인간들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사회적 문제가 되는 곤충들의 대발생 현상도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생물다양성 파괴에서 야기됐다고 봐요.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과 보호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시점입니다. 나부터 시작하는 작은 실천이 우리 주변의 생물을 보호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