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생물을 탐사하는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한반도 동굴생물 연구의 역사는 일본인에 의해 북한 평양 인근 동굴에서 처음 시작되었고, 한국인 연구자에 의한 것은 1960년대부터 故 남궁준(1920~2013) 선생의 울진 성류굴의 조사가 그 시작점이다. 1966년에는 한일 합동 동굴 조사가 실시되어 20여 개 동굴에서 60여 종의 동굴생물 신종이 발표되었는데, 이는 우리나라 동굴생물 조사의 기초를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동굴 조사 자체의 어려움 때문에 많은 분야에서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며, 동굴에는 아직까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미개척 분류군이 많이 존재한다. 우리나라보다 분류학 역사가 앞서는 유럽과 일본에서는 1970년대부터 동굴생물의 이동과 분포에 대한 연구를 위한 조사 및 자료를 구축하고 있다.
동굴 탐사를 통한 생물조사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국내 동굴생물 관련 연구는 아주 더디게 진행되고 있지만,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에서는 국가생물주권 확립과 생물다양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동굴생물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동굴 조사 전 CHECK POINT
1. 입굴 허가
동굴은 문화재청이나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매장문화재로 등록되어 있기 때문에 동굴에 들어가기 전 입굴 관련 허가를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2. 개인의 안전 확보
연구자가 동굴 적응과 100% 안전을 자신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오르지 못한 상황에서 동굴 조사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 동굴에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적응하지 못하면 반드시 사고로 이어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안전한 연구를 위해 연구자들은 어렵지 않은 동굴부터 시작해 많은 경험을 쌓고 적응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안전한 동굴 조사를 위한 필수템

동굴생물 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한’ 동굴탐사이다. 동굴에 들어갈 때마다 안전하게 조사를 마무리하자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 동굴생물 연구자들은 기본적인 체력을 바탕으로 동굴 내부의 지형지물을 파악하는 훈련과 동굴 탐사 중 갑작스럽게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 등을 기를 수 있는 훈련을 받는다. 특히 동굴 입구나 내부에서 수직으로 로프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상황에 대비한 수직 훈련도 필수적으로 습득하고 조사에 들어간다.
헬멧
동굴에서 떨어지는 암석과 물질들을 막아준다.
헤드랜턴
헬멧에 장착하는 랜턴을 사용해야 조사 시 두 손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동굴복 & 장화
동굴 속에 흐르는 지하수나 진흙 등으로 부터 몸을 보호한다.
미착용 시, 내부 온도가 연중 10℃인 동굴에서 옷이나 신발이 젖어 저체온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동굴 탐사용 채집 장비
20cm의 스포이드 & 흡충관 & 핀셋
손으로 잡기 힘든 작은 생물을 채집할 수 있는 도구들
핸드네트
웅덩이 등지에서 서식하는 작은 동굴성 담수생물을 채집할 때 용이한 도구
카메라
동굴 내부와 생물을 사진 또는 영상으로 기록하기 위한 촬영 장비

이면이 더 아름다운

단군신화에 묘사된 동굴은 호랑이와 곰이 100일을 버티며 인간이 되길 기도했던 성스러운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 보니 동굴이라는 공간은 일반적으로 쉽게 접근이 가능한 곳이 아니다. 무속신앙을 바탕으로 기도하는 공간으로 사용되는 동굴도 있어 처음에는 무섭고 접근하기에 어려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특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동굴에서는 포유류의 사체나 뼈와 같은 잔해도 있고, 실제로 동굴에 실수로 들어가 사람이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건 등에 관한 이야기도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빛이 하나도 없는 동굴에 들어가 헤드랜턴을 켜고 동굴 속 세상을 보고 있으면 두렵거나 낯설었던 마음은 사라지고 자연이 만들어 놓은 아름다운 광경에 감탄이 나올 뿐이다. 특히 생물을 연구하는 한 사람으로서 어쩌면 척박해 보일지도 모르는 동굴이라는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고 있는 동굴생물들을 보면 경이로움이 느껴질 때도 있다. 또한 막장이라 부르는 동굴의 끝에 다다르면 박명부(입구)에서부터 힘들게 들어온 나 자신에게 뿌듯함을 느낀다. 빛과 소리 한 점 없는 칠흑같은 어둠의 막장에서 나와 동료들의 숨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치 어릴 적 엄마 품에 있던 때처럼 편안하고 아늑한 감정이 든다.

최근 동굴에서 발견된 생물

동굴생물은 진동굴성 생물, 호동굴성 생물, 외래동굴성 생물 세 분류로 구분할 수 있으며, 동굴생물의 개념은 좁게는 형태적, 생리적으로 동굴에 적응하여 살아가는 것뿐 아니라 동굴 박명부에 서식하는 모든 생물을 지칭한다.
사람들이 가장 흔하게 알고 있는 박쥐는 동굴에서 동면과 생활사를 이어 나가는 대표적인 동굴생물 중 하나이다. 이 외에도 동굴옆새우, 거미류, 노래기류, 나방류, 딱정벌레류 등 다양한 동굴성 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동굴에 서식하는 종은 목(Order) 단위만 해도 약 50개이며, 정확한 동굴생물 종 목록을 작성한다면 1,000여 종 이상이나 될 것으로 여겨진다.
그중 몸에 색소가 없고, 눈이 퇴화한 특징이 있는 대표적인 진동굴성 생물인 동굴옆새우는 국내에서 현재 가장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동굴생물 중 하나이다. 1960년대 일본 학자(Ueno, 1966)에 의해 한반도에 처음 보고된 이후, 현재까지 국내에는 9종이 기록됐다.
동굴옆새우뿐만 아니라 다양한 동굴생물은 오랜 시간 서로의 서식지가 격리되어 서식지별로 고유성을 가지며, 분류학적으로 별개의 종으로 진화한 사례가 많다. 동굴생물 연구는 표본확보 자체가 매우 어렵고 개체수도 제한적으로 채집되는 경우가 많지만 앞으로 지속적인 동굴생물 연구를 통해서 더 많은 종이 세상에 알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