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 식생의 요충지, 강화갯벌

천년의 역사가 깃든 섬 강화도에는 그보다 훨씬 오래된 시간을 품은 갯벌이 있다. 섬의 남부를 중심으로 광활하게 뻗은 강화도의 갯벌 지대는 인근에 분포된 많은 섬의 굴곡 사이에서 화려하게 발달했다.
유럽의 북해, 아마존의 하구, 미국 동부의 해안, 캐나다 동부 해안을 포함해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은 세계 5대 갯벌로 손꼽힌다. 그 중심에 있는 강화도 갯벌이 중요한 지리학적 유산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때문에 정부는 2000년 강화도 남단, 석모도, 볼음도 등 주변 4억 4,880만㎡의 갯벌을 천연기념물 제419호로 지정해 보호·관리하고 있다.
강화도는 한강과 예성강, 임진강 등의 하구 지역으로 담수의 영향을 받을 뿐만 아니라 김포반도와 교동도, 석모도를 사이에 끼고 있어 담수와 해수의 필수적인 이동 통로의 역할을 한다. 썰물이면 강에서 운반된 물질이 먼바다까지 퇴적하고, 밀물에는 물이 들이차기 때문에 강화도에 갯벌이 발달할 수밖에 없다.
강화갯벌은 전체면적이 약 105km에 달한다. 특히 차리-동막리-동검리를 잇는 서남부지역의 갯벌은 육지로부터 최대 6km, 면적은 약 90km로 강화갯벌 면적의 약 86%를 차지한다. 자연이 선물한 이 유리한 조건은 강화도를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간척 사업지 중 하나로 만들었다.
강화 천도가 시행된 고려 고종 19년(1232년), 난민들이 강화로 몰려들 때 이를 부양하기 위한 식량을 개발하고자 시작한 것이 초기 간척 사업이다. 이후 고려말부터는 축제한수의 공법으로 더 깊은 갯골까지 막을 수 있게 됐다.
간척사업은 임진왜란 이후에도 계속됐는데, 그중 국방에 힘을 기울인 숙종 32년(1706년)에 쌓은 길상면 선두리의 선두포언은 강화도 최대 규모의 간척사업으로 손꼽힌다.

강화갯벌에 사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4종

1. 저어새
황새목 저어새과에 속하는 저어새는 주로 서해안의 무인도와 인천 연안 등지에서 번식하는 여름 철새이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의 저어새는 번식기가 오면 강화도 인근의 무인도 바위 지역에서 둥지를 틀고 번식한다.
2. 가창오리
수만에서 수십만 마리의 대집단을 이루는 가창오리는 기러기목 오리과에 속하는 조류로 국지적으로 흔하게 관찰되는 겨울 철새이다. 전 세계 월동 집단의 대부분이 한국에서 겨울을 지내는 점이 특징이다.
3. 검은머리갈매기
중국 동북부 해안에 분포하는 검은머리갈매기 역시 서해 인근에서 번식한다. 도요목 갈매기과에 속하는 조류와 검은머리갈매기는 수십 개체가 한 무리를 형성하며, 대집단 행동 시에는 수백 개체 단위로도 움직여 장관을 연출한다.
4. 두루미
두루미는 강원도 철원 지역과 경기도 연천, 파주, 강화 등 주로 비무장지대와 민간인 통제 지역 일대에서 월동하는 드문 겨울 철새이다. 주로 민간인 통제 지역 일대의 논, 율무밭, 옥수수밭 등에서 먹이 활동을 하고, 결빙된 저수지, 강의 모래톱 등을 잠자리로 이용한다.

생물다양성의 진짜 의미를 찾다

강화갯벌을 한눈에 담고 싶다면 초지대교에서 황산도와 동검도를 거쳐 동막해변으로 가는 드라이빙을 추천한다.
광활하고 이질적인 풍경을 담은 이 코스는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비대면 안심 관광지’ 중 일부이기도 하다.
강화갯벌이 세계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담은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생태계다. 이곳은 국제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의 번식지이자, 시베리아와 호주 사이를 오가는 도요물떼새들의 중간 기착지다. 또 쇠기러기와 큰기러기, 각종 도요새 무리를 비롯해 천연기념물인 노랑부리백로 등 다양한 종류의 철새가 관찰되고 칠면초 군락, 해홍나무 군락, 세모고랭이 군락 등 풍부한 염생식물이 분포한다.
최근에는 인천시의 시조(市鳥)이자 멸종위기종인 천연기념물 두루미 63마리가 강화도 주변 갯벌에서 월동하고 있는 것으로 발표됐는데, 이는 지난 1990년 이후 국가 연구기관이나 시민 차원 조사를 통틀어 역대 최다이다. 이런 이유로 강화도에선 저어새 번식지인 비도와 석도를 공개 제한지역으로 지정했다. 관리 및 학술 목적 등으로 출입하고자 할 때는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아 출입할 수 있다.
가까이에서 강화도 생태 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강화갯벌센터로 목적지를 설정하자. 이곳에선 갯벌과 생물, 갯벌의 중요성 등 재미있는 갯벌 이야기와 각종 염생식물과 저어새까지 관찰할 수 있다. 이후 국립생물자원관으로 완벽한 생태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는데, 특히 지난 6월부터 열린 제26차 기획·교류전시 <섬생물을 기록하다>에서는 갯벌의 다양한 섬 생물을 자세히 알 수 있다.
강화도는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시간을 간직한 섬이다. 걷는 곳마다 역사와 문화가 서려 있다. 보물인 전등사 대웅전, 초지진, 강화산성, 고려궁지, 덕진진과 고인돌은 강화도를 국내 여행의 최전선으로 올려 두었지만, 이 섬의 백미는 갯벌이 품은 유구한 생명성과 기록이다.

한반도 생물다양성 연구의 본진, 국립생물자원관

국립생물자원관은 국내 생물다양성 보전과 생물자원의 지속 가능한 이용을 위해 2007년 개관한 국립기관이다.
1,000만 점 이상의 생물표본을 영구 보존할 수 있는 국내 최고의 수장 시설을 갖춘 곳이기도 하다. 국가 생물다양성 전략을 수립하고 이행을 점검할 뿐만 아니라 지구의 생물다양성을 보전 및 연구해 국제협력을 강화하는 역할도 한다. 최근에는 환경 문제 생물종 모니터링 정보를 구축해 효율적으로 야생식물을 관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기후변화의 적응력도 제고하고 있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자생생물 관련 기획전과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등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