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한 이력을 많이 가지셨습니다.
2002년 충북대학교 수의과대학 졸업 후 세네갈 국립공원관리국에서 2년 반 동안 멸종위기종의 복원 사업에 참여했습니다. 이 시기 iMBC의 국제통신원 활동도 병행했습니다. 2005년부터 2022년까지는 국립공원공단의 야생동물의료센터장으로 재직하며 반달가슴곰, 산양, 여우 등의 복원 사업을 비롯해 다양한 의료업무를 수행했습니다. 2014년부터 2022년까지는 한-러 환경 공동회의 한국대표단으로 활동했고, 지난 2022년 모교인 충북대학교 수의과대학 야생동물의학 교수로 부임하여 야생동물 교육 및 연구를 수행 중입니다.
야생동물 분야가 다른 수의학 분야와 비교해 무엇이 다른가요?
특정 동물 및 특정 전문 분야에만 집중할 수 없고 다양한 동물 종과 학문 분야를 이해하면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까지 입체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것이 야생동물 분야입니다. 좋게 이야기하면 다이나믹하고 도전적인 분야이지만, 나쁘게 이야기하면 가성비가 낮은 힘든 분야죠. 공부할 것도 많고 협력하는 것도 많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 반해 전문가가 되기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야생동물이 있는 공간에서 일하는 현장 업무 부분이 많은 것도 다른 일반 수의학 분야 과목과의 차이점입니다.
그런 환경이라면, 학생들이 야생동물 분야를 선택할 수 있도록 어떤 노력을 기울이시나요?
솔직히 제가 노력한다고 학생들이 야생동물을 계속 공부하고 진로를 선택할지는 의문입니다. 다만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진로 선택의 기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와 접점들을 학생들에게 만들어 주고 무엇이든 많은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사회적으로는 이러한 기회를 통해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어려움을 공유하고 네트워크를 가지는 것도 제 역할일 수도 있구요.
교수로서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어떤 가치관을 강조하시나요?
제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가치관입니다. 야생동물의학 대학교수로서 무슨 뚱딴지같은 이야기냐고 할 수도 있지만, 저는 그런 생각들이야말로 수의학의 다양성과 야생동물분야의 저변을 확대할 근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의과대학에 들어온 학생들은 예과 때 수의학의 다양한 진로에 대해 알게 됩니다. 하지만 대학 생활 내내 계속되는 빡빡한 커리큘럼과 시험으로 고등학생 때보다 더 많은 공부를 하는 게 현실입니다. 그 와중에 진지한 자기 성찰과 진로, 직업의식 등에 대한 고민이 없다가 대부분 개, 고양이 임상 수의사를 진로로 선택하게 됩니다. 물론 그 분야도 중요하고 의미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선택이 대부분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부족한 채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교수이자 선배로서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방향은 현장과 연구, 교육이 균형감 있게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야 학생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고 졸업 후 일선에서도 부담감 없이 바로 업무를 할 수 있을 겁니다.
야생동물 분야와 관련된 학문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야생동물과 관련된 학문의 중요성은 인도주의적, 공리주의 및 자연과학적 측면에서 모두 의미가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우리가 우리의 삶과 야생동물의 삶을 멀리 두고 볼 수 없다는 뜻입니다. 야생동물의 삶이 위협받게 되면 결국 인간의 삶도 마찬가지로 위협받게 됩니다. 최근의 코로나19나 중증 열성 혈소판감소 증후군(SFTS)과 같은 야생동물 유래 감염병만 보더라도 원헬스의 시대가 완전히 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20년 전만 해도 원헬스는 개념적 부분이 더욱 강했는데 말이죠. 인도주의적 측면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야생동물이 죽거나 다치고 문제가 생기는 원인은 인위적 요인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생명 그 자체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수의방역대학원 및 야생동물특성화 대학원에 참여하고 계십니다. 이곳에선 어떤 일을 하시나요?
수의방역대학원에서는 가축 방역과 질병 예방 부분에서 야생동물을 어떻게 바라보고 관리, 연구할지에 대해 교육합니다. 야생동물특성화 대학원에서는 지원기관이 환경부 야생동물질병관리원이기 때문에 많은 야생동물 분야 중 질병에 좀 더 무게감을 둡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가축방역이든 야생동물 질병이든 야생동물 그 자체와 야생동물이 살고 있는 공간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고 근간이 되어야 풀 수 있는 문제가 많습니다. 바이러스가 문제라고 해서 그 병원체만 연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 병원체가 이러한 이슈를 발생시키고 그에 대한 배경은 무엇이고 어떤 숙주동물에서 어떤식으로 생태계에 존재를 했는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교수님이 가르치는 학생이 미래 야생동물의학 분야에서 어떤 도움이 되길 바라나요?
앞서 말했듯 야생동물 분야는 무척 광범위해 눈에 띄는 성과를 내거나 역량을 높이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때문에 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함께 일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야생동물 분야의 알려지지 않은 혹은 정립되지 않은 많은 것들을 단순히 임상과 연구로만 접근하지 않고, 알고 있는 것을 바탕으로 다양한 야생동물 이슈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