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뱅크 시스템을 운영하고 계십니다.
저는 2016년부터 국내 최대 생태조사 데이터 개방 플랫폼인 에코뱅크를 구축, 운영하고 있습니다. 에코뱅크를 통해 다양한 생태정보를 개방하기 위해 현장서 직접 조사를 수행하는 연구원들 및 여러 관계자들과 협의를 하고, 오류 없이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의 품질을 관리하는 등의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국립생태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에코뱅크 시스템에 대해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에코뱅크는 전국자연환경조사를 비롯해 생태계 정밀조사, 습지조사 등 조사결과와 생태자연도 등 다양한 생태정보를 지도 서비스와 함께 개방하는 생태정보 포털 시스템입니다. 에코뱅크(Eco Bank)라는 이름은 국립생태원 초대 원장이신 최재천 교수님께서 지어주셨는데요. 미국의 GenBank처럼 국립생태원도 생태정보의 허브가 되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취지였죠. 에코뱅크에서는 일반인, 연구자, 정책입안자 등 사용자별 맞춤 서비스를 통해 국립생태원의 조사, 연구 데이터와 그 외의 국내외 주요 생태빅데이터를 공유 및 활용할 수 있습니다.
4년여의 개발 끝에 2019년에 대국민서비스를 시작했고, 이후 국민의 많은 관심으로 '2023년 웹어워드 코리아'에서 환경정보 분야 대상을 받았습니다.
에코뱅크는 단순 홈페이지가 아니라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생태정보 플랫폼이라는 목표와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아가 국제사회에서 생태정보를 언급할 때, 에코뱅크가 가장 먼저 고려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발전시켜나갈 계획입니다.
에코뱅크를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에코뱅크라는 시스템명과 관련된 일들이 있는데요. 가끔 시민분들이 '거긴 어디 있는 은행'이냐고 물어보십니다. 사무실로 문의전화가 오기도 하고요.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에코뱅크가 실제 은행처럼 돈 대신 데이터를 거래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어, 시스템명을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국·내외 다양한 생물 정보를 구축하는 데에 있어 자생생물 발굴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자생생물의 발굴은 경제적·환경적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소중한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데이터로 예를 들면 현재는 가치가 없더라도 새로운 분석 기법이 등장한다면 거대한 가치를 지닌 데이터가 될 수도 있고, 더불어 기존에 없던 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자생생물도 현재는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급변하는 과학기술로 우리 생활에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자생생물 발굴을 통해 정보를 남긴다는 것은 기후변화 등 각종 환경변화로 인해 파괴되고 있는 우리 생태계를 보전하고 후손들에게 현재 누리고 있는 생태계를 전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어려운 여건이지만 많은 분의 노력으로 자생생물 발굴은 원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적 차원에서 미래의 먹거리를 위한 투자이자, 우리 후손들을 위한 책임이라 생각하고, 자생생물 발굴을 보다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더불어 발굴된 자생생물에 대한 정보들을 더 많은 사람이 활용할 수 있도록 자생생물 정보를 체계화하고 응용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추어야 하겠지요.
우리나라 자생생물 발굴에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한 말씀 전해주세요.
우리는 아직 그 존재조차 모르거나 이름을 짓지 못한 많은 생물과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생물들을 우리가 미처 파악하기도 전에 사라지는 일들이 많습니다. 자생생물 발굴은 이러한 생물들이 사라지기 전 그 흔적을 남기고 나아가 보전하기 위한 활동입니다. 이러한 발굴 노력과 연구를 통해 자생생물에 대한 정보들이 잘 구축되고 활용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나아가 내 주변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생물들의 이름은 무엇이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고 정보를 찾아보는 것 역시 우리 후손들에게 건강한 자연을 물려주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라 생각됩니다. 오늘 누군가가 그늘에 앉아 쉴 수 있는 것은 오래전에 누군가가 나무를 심었기 때문이며, 자연은 후손들에게 빌려 쓰는 것이란 말이 가슴에 남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