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유전자(e-DNA) 기반 기후변화 및 환경생물 모니터링 업무를 하고 계십니다.
e-DNA는 물, 토양, 대기 등 환경 내 존재하는 생물체로부터 유래된 유전물질입니다. 높은 민감도, 자료의 객관성, 비침습적 조사, 조사 효율성, 경제성 등 기존 조사기법의 단점을 보완하는 수많은 장점이 존재하죠. 예를 들어 물고기가 물에서 알을 낳을때, 알뿐만이 아니라 분비물도 함께 나옵니다. 그 분비물질, 즉 표피 세포의 DNA가 물에 남게 되죠. 그래서 물을 e-DNA로 조사하면 어떤 생물이 살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꽃가루가 흩날리는 대기에서는 어떤 종류의 꽃이 서식했는지 알 수 있고요. 저는 이를 통해 기후변화 및 생물다양성을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연구관님이 가장 관심 있는 e-DNA 분야는 무엇인가요?
저는 현재 토양 e-DNA에 관심이 높습니다. 최근 그린랜드 동토층 과거 토양의 e-DNA를 분석한 결과 지금으로부터 2백만 년 전에는 현재와 전혀 다른 생물상이 존재했고, 식물의 화분과 거대화석에서 발견되지 않던 생물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우리나라도 재미있는 조사결과가 나왔는데요. 서기 127년 정도 되는 토양의 구간에서 밀의 DNA가 발견됐습니다. 그전까지 밀은 기원전 100년경에 한반도에 전래되어 삼국시대 이전부터 재배된 것으로 추정되었는데, 그동안 화분이나 화석에 의존했던 과거 식물 재배 역사 연구에 e-DNA 활용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메타세쿼이아의 경우 1940년 이전에는 화석종이었습니다. 그러다 1941년에 중국 양쯔강에서 살아 있는 메타세쿼이아가 발견됐고, 우리나라는 1950년대에 들어왔습니다. 우리나라 메타세쿼이아는 모두 중국에서 온 거예요. 작년에는 포항시에서 메타세쿼이아 화석이 발견되었죠. 이러한 결과는 과거 우리나라 식물상 변화 연구에 e-DNA 활용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어쩌면 우리나라에도 메타세쿼이아가 살았을 확률이 높아진 것이죠.
저희는 과거 한반도에 과연 어떤 생물들이 분포했었는지, 과거부터 현재까지 생물종에 어떠한 변화가 있어 왔는지, 이러한 변화와 관련 있는 기후변화 요소는 무엇인지를 파악해 보고 있습니다.
e-DNA를 통해 기후변화로 인한 생물의 대발생을 예측할 수 있을까요?
존재했던 생물의 DNA를 환경에서 발견하는 것이기 때문에 생물의 대발생은 예측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시뮬레이션을 통해 앞으로 지구온난화가 가속될 시 우리나라 냉대지역에 살던 식물들이 많이 사라지거나, 난대에서 사는 식물이 번성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에서 예측하고 있는 미래 기후변화를 AI(인공지능)에 대입해 미래 생물상 변화를 파악해 볼 예정입니다. 미래 기온 및 강수량의 변화에 따라 상록성 활엽수, 낙엽성 침엽수, 수생식물 및 선태류 등의 출현 및 조성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e-DNA 관련 연구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현재 진행하고 있는 ‘환경유전자(e-DNA)를 활용한 생물다양성 변화 연구’입니다. 본 연구는 기후/생물다양성/e-DNA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가 참여하고 있으며, 기후변화와 생물과의 관계를 AI로 풀어보는 융합연구로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시도하고 있습니다. 또한, 향후 토양 e-DNA에 대한 표준 프로토콜을 발간해서 토양 e-DNA로 환경 변화 및 생물다양성 변화 연구에 기여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