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말류(규조류)를 연구하고 계신데요.

저는 2015년에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에 입사해 지금까지 식물플랑크톤 중 돌말류(규조류)를 대상으로 분류 및 생태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오래전에 살았던 화석 돌말류의 분포를 분석해 담수 습지가 과거부터 현재까지 어떠한 환경 변화를 겪어 왔는지, 탄소는 얼마나 저장되어 있는지, 탄소 저장에 미세조류(식물성플랑크톤, 특히 돌말류)가 얼마나 기여하는지 등을 규명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돌말류는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기후변화를 추적할 수 있는 대표적인 화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다른 미세조류들과는 달리 세포벽이 유리 성분의 일종인 규산질(SiO2)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인데요. 강한 세포벽 때문에 돌말류는 오랜 시간 동안 물 아래로 퇴적되는 과정에서도 다양한 물리적·화학적 영향에도 견딜 수 있습니다. 수천 년, 수만 년 이상 지나도 퇴적될 당시 세포의 형태가 화석 상태로 그대로 남게 되므로 퇴적층에 남아 있는 화석 돌말류가 어떤 종인지, 얼마나 분포하는지를 분석하면, 과거 그 시기에 이들이 살았던 환경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돌말류의 국가생물종목록 확대를 위해서도 국내에서 그동안 보고되지 않은 미기록종 및 전 세계 최초로 신종을 발견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돌말류를 통해 관찰한 공검지의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환경변화를 추적하는 연구를 진행하셨어요.

공검지는 경북 상주시 공검면에 위치한 고대(古代) 저수지입니다. 제천 의림지, 김제 벽골제와 함께 삼한시대 3대 저수지로 알려져 온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저수지 중 한 곳이죠. 현재는 작은 연못 정도의 규모지만, 조선시대의 대동여지도나 동국문헌비고에 의하면 과거에는 현재보다 훨씬 큰 크기의 저수지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은 공검지가 과연 과거에는 얼마나 넓었는지, 언제 저수지로 만들어졌는지, 공검지는 어떤 환경 변화를 겪어왔는지 등을 알아보기 위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공검지 및 주변 퇴적층을 평균 8m 이상 채취해 그 속에 분포하고 있는 화석 돌말류를 분석한 결과, 약 1,400년 전에 저수지로 만들어졌고, 그 이전에는 약 3개~4개로 구성된 습지였던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조선시대인 17세기경에 공검지의 수위가 가장 높았으며, 공검지의 수위 변화는 돌말류의 출현 종, 개체 수, 아시아의 강우량 변화 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밝혔습니다. 돌말류로 과거의 환경 변화를 밝힐 수 있는 이유는 돌말류의 여러 종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의 생태적 특징, 서식 환경 등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특성들을 이용해 당시 환경을 유추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서울시립과학관과 돌말류 분석과 관련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2023년 12월에 서울시립과학관에서 담수 습지 퇴적토에 분포하고 있는 화석 돌말류를 분석해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환경변화를 밝혀보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자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동안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의 연구 결과가 교육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사례가 없었는데 뜻깊은 제안이었죠. 그렇게 올해 1월부터 서울시립과학관과 교육 프로그램 개발 관련 논의, 서울시 중고등학교 과학교사 대상 시범 연수 등의 과정 등을 거쳐 3월에 교육 프로그램이 개설되었습니다. 현재,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요. 학생들이 너무 재미있어 하고, 신기해하는 등 반응이 좋아서 돌말류를 대상으로 한 다른 교육 프로그램 개발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저희의 연구가 교육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 것도 영광인데, 반응까지 좋다고 하니 제 연구가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어떤 변화를 기대하고 계신가요?

국내 많은 연구자가 각자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연구를 수행하고 있고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하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런 논문을 읽을 기회가 거의 없는데요. 이러한 연구 결과를 국민들이 알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중 교육을 통해 알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테고요. 특히,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 미래 인재들인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서 과학을 직접 체험하고 느끼는 과정이 너무 중요하고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서울시립과학관과 함께 교육 프로그램을 만든 것처럼 꾸준히 교육프로그램이 지속된다면, 수많은 연구자가 얼마나 다양하고 중요한 연구를 하고 있는지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을 뿐더러 직접 교육을 받는 학생들을 통한 미래의 인재 양성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향후 계획에 대해서 설명 부탁드립니다.

돌말류는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식물플랑크톤의 일종입니다. 최근 들어 이들이 전 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 흡수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및 탄소중립이 세계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점인 만큼, 돌말류를 이용한 국내 담수 환경의 이산화탄소 저장, 흡수 능력을 규명하는 연구를 작년부터 수행 중입니다. 앞으로 국가 탄소중립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국내 담수 환경이 탄소를 얼마나 저장하고 흡수하고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구축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