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의 대발생,
원인을 밝히는 것이 우선
현재 나는 주요 생물종 대상으로 종별 대발생 원인 분석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기후변화로 인해 대발생 현상이 일어나는 것으로 여기고 있지만, 이는 확실하지 않다. 단, 기후변화가 주요 원인은 될 수 있다. 생물이 대발생하는 이유는 분류군마다 다르고 매우 다양한 이유가 있다. 또한, 하나의 원인이 아닌 복합적인 원인으로 대발생하는 경우가 많기에 장기적 관심에서 다방면의 연구가 필요하다.
기후변화로 인한 대발생 경우를 살펴보면, 온난화 현상 또는 도심지역의 열섬현상 등 높아진 온도의 영향으로 인해 남방계 곤충의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특정 지역에 대발생 현상이 나타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해외에서 유입된 외래종이 따뜻하게 변화한 국내 기후환경에 적응 및 장착하여 자생종과의 경쟁에서 생태계 지위의 우위를 점하면서 대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기후변화 한 가지 원인으로만 대발생과 연관 짓기는 어렵다. 기후변화와 더불어 다양한 요인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러한 대발생 원인을 명확히 밝히기 위해 오늘도 나는 종별로 다양한 가설을 통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한
대발생 현상
기후·환경생물연구과는 최근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생물에 대한 대응 연구를 위해 2023년에 만들어진 신설 부서다. 대발생 등 환경문제 생물에 대한 선제적 대응과 이들로부터 야기하는 국민들의 불편을 해소하는 업무 등 많은 현안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라 하루가 아주 급박하게 돌아간다. 특히, 곤충에 대한 사회적 문제 및 민원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 아쉽게도 전공자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곤충을 전공한 연구자로서 당연히 관련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현재 업무를 담당하게 됐다. 현재 나는 기후·환경생물연구과에서 도심지역에 대발생하거나 수돗물에서 발견되는 곤충 등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생물에 대한 연구를 수행 중이다.
그와 함께 대발생 현상에 대한 개인적 의견은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점점 기후변화, 환경변화로 인해 돌발해충 또는 대발생 사례가 증가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외래생물이 인위적으로나 자연적으로 국내에 들어오는 경우는 그다지 적지 않다. 하지만 따뜻해지는 기후로 인해 이들이 국내환경에 적응해서 정착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면서 우리나라 토종생물이 피해를 입고 있다. 그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곤충 대발생의
최근 사례
최근 사회적 및 생태계 위협을 했던 대발생 사례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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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대벌레
2020년 서울 은평구 봉산과 2021년 수도권 일대에서 대벌레 대발생 사건이 일어났다. 셀 수 없을 정도의 많은 개체가 등산로를 점령해 이용하는 시민들의 큰 불편을 주었고, 식물의 잎을 먹이로 하는 식성상 다양한 활엽수를 가해해 산림에 피해를 입혔다. 그 피해 규모만 해도 2020년 19ha, 2021년 158ha, 2022년 981ha로 매년 거의 10배에 가깝게 증가했다. 이들의 대발생 주요 원인으로는 겨울철 이상고온이 대벌레 부화율과 생존율을 높인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계속해서 대발생 지역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 시민들의 불편과 경제적 손실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며, 원인분석 및 관리 방안 연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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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동양하루살이
성충의 수명이 2~3일 정도로 매우 짧다. 유충은 2급수 이상의 깨끗한 강이나 하천에 서식하며, 성충이 되면 물 밖으로 나와 활동한다. 입은 퇴화돼 먹이활동은 할 수 없고 짧은 성충기간 동안 오로지 짝을 찾아 산란하는 데 집중한다. 엄청난 개체수가 동시다발적으로 수면 위를 비행한 채로 짝짓기하며, 야간 불빛에 모여드는 습성이 강해 인위적인 도심 불빛에 이끌려 날아온다. 워낙 개체 수가 많아 매년 한강 주변 지역주민들에게 큰 불편을 주고 있다. 2023년 5월에는 서울 잠실야구장의 야간 조명에 떼지어 모여드는 바람에 경기를 하는 선수는 물론, 관중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기도 했다.
병균은 옮기지 않지만, 시민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이들이 도심지역을 확산하지 못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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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붉은등우단털파리(러브버그)
2022년 서울시 은평구 일대와 경기도 고양시 일대에서 대발생해 시민 불편을 야기한 곤충이다. 그간 우리나라에 기록이 없었으나, 대발생 이후 2023년에 ʻ붉은등우단털파리ʼ라는 현재 이름을 갖게 되었다. 성충은 가슴이 어두운 붉은색인 것이 특징이며, 식물의 꽃을 먹는 화분매개를 하는 종류로 알려져 있다. 성충은 활동시기가 짧아서 번식을 위해 서로 짝을 지어 다니는 모습을 쉽게 관찰된다. 짝짓기 시 배 끝이 서로 붙어 있고, 비행 중에도 그 상태를 유지하여 러브버그(사랑벌레)라고도 불린다. 서울과 수도권 서북부 도심지역을 시작으로 대발생한 후 분포범위가 점차 확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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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노랑알락하늘소
출처=국립산림과학원
해외에서 유입된 외래곤충 중 대발생 가능성이 높은 종이다. 2019년 제주에서 발견된 노랑알락하늘소는 대만, 베트남, 라오스 등 동남아 지역에서만 서식했지만, 2019년 제주에서 처음 발견됐다. 발견 당시 우리나라의 추운 겨울 기후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따뜻한 제주 기온은 이들이 월동하기 충분했다. 그 결과 제주에 정착하면서 팽나무, 먹구슬나무 등 기주식물을 가해하며 고사시키고 있다. 도심지역에 대발생 피해는 아직 없으나 서식 지역 인근 개체 수가 급증하고 분포범위가 확산되고 있어 방제·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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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청딱지개미반날개
도심지역의 대발생 곤충 중에서 독성을 가진 청딱지개미반날개는 주의해야 할 대발생 곤충이다. ‘화상벌레’라고도 불리는 청딱지개미반날개는 피부 화상을 일으키는 독성물질(페데린)을 가지고 있어 페데러스 피부염을 일으킨다. 독성물이 피부에 닿으면 화상을 입은 것처럼 급성 피부염이 발생하는데, 통증을 동반한 붉은 발진이 올라오며 심한 경우 물집이 생겨 수포성 병변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접촉을 피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피부와 접촉되었을 시 그 부위를 문지르지 않고 흐르는 물로 충분히 씻어줘야 한다.
함께 공존하는
생태계 만들어야
기후변화로 인해 대발생하는 곤충이 있는 반면, 기후이상 현상 등으로 인해 감소하는 곤충도 많다. 대표적인 예로 주요 화분 매개곤충인 꿀벌이 여기에 속한다. 최근 들어 꿀벌의 대량 실종, 봉군 붕괴 등 개체 수 급감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 세계 식량 생산의 33%를 꿀벌의 수분 활동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꿀벌이 사라지게 되는 경우 식량재난을 초래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인류의 생존까지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그 때문에 기후변화로 인해 사라지는 곤충을 보존하는 연구도 함께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꿀벌을 비롯한 화분매개곤충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또한, 대발생하는 곤충의 모든 종이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해충은 아니다. 이들도 생태계를 유지해 주는 구성원 중 하나다. 그렇기에 익충인지 해충인지 정확히 파악이 안 된 상황에서 혐오스럽다고 무조건 없애기보다 공존하는 방법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만약 이들이 서식지 외 인간의 생활권에 침투해 피해를 준다면 개체 수 조절이 필요하겠지만, 화학적 방제보다는 우선적으로 친환경적인 방제 방법을 사용해 다른 생물들과 그들이 살아가는 환경을 보호해 줘야 한다. 또한, 도심지역의 대발생 곤충을 무조건 해충이라고 여기고 공포심을 심어주지 않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국민들의 인식 제고와 더불어 올바른 대응과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 국립생물자원관은 오늘도, 내일도 부단히 노력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