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천대 전망대

낙양의 동쪽에 흐르는 강

상주로의 여행 이야기를 풀기에 앞서, 대한민국의 한가운데가 어디인지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려야겠다. 나는 ‘교통의 중심지’, ‘사통팔달’이라는 수식어를 과감하게 대전에서 상주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섯 개의 인터체인지가 지나고 어느 지역에서나 2~3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곳. 상주는 생각보다 어디서든 쉽게 갈 수 있는 도시다.

그렇게 내달려 도착한 상주에서 그 거리만큼 놀란 사실은 바로 상주가 ‘낙동강’과 ‘경상도’라는 어원의 발상지라는 것이다. 상주의 옛 이름은 낙양(洛陽)으로 낙동강은 바로 ‘낙양의 동쪽에 흐르는 강’이라는 뜻을 지녔다. 또 경상도는 고려 시대인 1314년 경주와 상주의 이름을 따왔다.

상주는 지리적 유리함 덕분에 과거 한양으로 향하는 영남대로의 중심지이자 낙동강을 통한 수운의 핵심 거점으로서 번영을 누렸다. 조세와 물자의 집산지로서 경상도의 경제와 행정의 중심으로, 조선시대까지 도청 소재지의 역할까지 했다.

그러다 일제강점기 시절, 근대화와 자원 이동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일본은 상주를 지나는 경부선 철도를 계획했다. 하지만 상주지역 선비들의 반대로 변경됐다. 이는 결과적으로 상주가 교통의 중심지에서 벗어나게 된 계기인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낙동강을 비롯한 상주의 생태계가 지금껏 살아있는 중요한 이유가 됐다.

하늘이 내린 경치

‘낙동강 제1경’이란 칭송을 받아온 경천대는 당연하게 첫번째 코스가 됐다. 낙동강변에 위치한 경천대는 예로부터 태백산 황지에서 발원한 낙동강 1,300여 리 물길 중 가장 아름답기로 유명했다. ‘하늘을 받는다’는 뜻의 경천대의 원래 이름은 ‘하늘이 스스로 만든 경치’라는 의미의 자천대(自天臺)였다. 병자호란 후 청나라가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을 볼모로 잡아갔을 때 함께 따라갔던 우담 채득기 선생이 훗날 모든 관직을 마다하고 상주에 내려와 은거하며 학문을 닦았다. 경천대에 고고이 자리한 무우정은 우담 채득기 선생이 마음을 다스린 정자로 유명하다.

낙동강 강바람 길의 일부 코스인 경천대를 지나 여유롭게 산책하다 보면 드라마 세트장이나 과거 약을 짓던 약분, 돌을 파내 만든 세숫대야 등이 남아 있는 유적지, 출렁다리와 조각공원을 돌아볼 수 있다. 낙동강 물을 마시고 하늘로 솟구치는 학을 떠올리게 하는 천주봉, 기암절벽과 굽이쳐 흐르는 강물을 감상하며 쉴 수 있는 울창한 노송숲과 전망대가 운치를 더하고 있다. 이곳에선 또한 경천대비, 임란의 명장 정기룡장군의 용마전설과 말먹이통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명승지와 유적지를 만날 수 있다.

낙동강 강바람길 산책로

경천섬

조각공원

생태계의 보고, 상주

2011년 슬로시티로 공식 인증된 상주에선 경천대를 비롯해 성주봉자연휴양림, 공검지 국가지정 습지보호구역, 백두대간 숲생태원 등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풍부한 생태자원을 만날 수 있다. 나는 그중에서도 낙동강의 생태를 더 자세히 알기 위해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으로 향했다. 2015년에 개관한 이곳은 국내 담수 환경을 연구하는 기관이지만, 전시 공간도 못지않게 잘 갖춰져 있어 무척 유익하다. 재두루미·담비 등 낙동강에 사는 동물부터 북극곰, 호랑이 박제까지 있어 아이는 물론 어른들의 눈도 사로잡는다.

돌아가는 길, 여행을 마무리하며 도남서원을 들렀다. 이곳은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훼철되었으나 1992년 지역 유림들이 힘을 모아 재건립했다. 2002년부터 상주시가 실제 규모보다 두 배 정도 크게 복원했다. 호젓한 정자에 앉자, 탁트인 낙동강과 경천섬이 눈에 들어온다. 해가 떨어지고 어스름한 땅거미가 지기 직전의 도남서원은 믿기지 않을 만큼 따스한 기운으로 나를 감쌌다. 오랜 시간과 자연을 간직한 도시 상주에서의 마지막 느낌으로 손색없었다.

낙동강의 생태계를 지키는 수호자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생물다양성 보존과 생물자원의 지속 가능한 이용을 위해 설립된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제1전시실에서는 ‘생명의 소중함과 생물다양성’을 주제로 우리나라의 생태계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제2전시실에서는 ‘살아 숨 쉬는 낙동강’을 주제로 낙동강에 서식하는 동식물과 주변 습지 등 낙동강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이 외에도 생물자원 체험교실, 생물자원 문화탐방 등의 교육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한다.

낙동강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야생동물들

얼룩새코미꾸리
한국 고유종으로 주로 낙동강에 분포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이다. 몸은 원통형이며 앞에서 뒤로 갈수록 옆으로 납작한 형태를 띤다. 2000년, 새코미꾸리와 분리되어 새로운 종으로 보고됐다.
수달
멸종위기 야생동물 Ⅰ급의 수달은 족제비과 동물 중 물속 생활이 아주 능숙한 편이다. 발가락은 발톱까지 물갈퀴로 되어 있다. 입 주변에 안테나 역할을 하는 수염이 나 있어 물속에서 먹이를 찾는 데 용이하다.
수리부엉이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및 천연기념물 제324호로 지정, 보호받는 수리부엉이는 목뼈가 발달하여 고개를 양쪽으로 270º까지 돌릴 수 있으며 시력이 좋다. 빗 모양의 독특한 날개깃 구조로 소리가 나지 않게 날 수 있고, 거꾸로 회전할 수 있어 사냥에 유리하다.
꼬치동자개
낙동강에만 분포하는 한국 고유종으로 물이 맑고 자갈이 많은 중·상류에 서식한다. 위협을 느낄 때 가슴지느러미 관절을 이용해 ‘빠각빠각’ 소리를 내서 ‘빠가사리’라고도 부른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 천연기념물 제455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