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생태계를 탄생시킨 광대한 지역
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등 인도차이나반도의 국가들과 중국 남부 일부 지역을 포함한 광대한 생물다양성 핫스팟인 인도-버마는 생물종의 다양성과 고유성 측면에서 생물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다시 말해 인도-버마에는 다른 생물다양성 핫스팟 대비 더욱 풍부하고도 독특한 생태계가 폭넓게 형성돼 있는 것이다.
이는 인도-버마의 다채로운 지형과 기후에 기인한다. 미얀마에는 히말라야산맥으로부터 뻗어 나온 고원지대가 굽이굽이 펼쳐져 있는데, 서쪽 지역의 아라칸산맥과 샨고원, 해발고도 6,432m로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산인 카카보라지산이 한데 어우러져 고유종의 탄생과 번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편 베트남과 라오스 국경을 따라 1,100km 길이로 자리 잡은 안남산맥도 인도-버마의 생물다양성을 부채질하는 주요 지형이다.
중국의 칭하이성에서 발원해 인도차이나반도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총 길이 4,020km, 유역 면적 80만 ㎢의 동남아시아 최대의 강 메콩강은 인도-버마의 젖줄이라 할 만하다. 건기와 우기를 오가며 높낮이를 달리하는 수위는 강 주변 생태계와 식생을 한층 풍요롭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라오스 산지에서 시작돼 합쳐지고 갈라지기를 반복하며 방콕까지 다다르는 차오프라야강, 캄보디아 중앙에 자리한 동남아시아 최대의 담수호 톤레삽 호수도 이 지역 동식물의 주요 서식지 역할을 한다.
대부분의 인도-버마 지역은 계절풍의 영향으로 건기가 1~4개월 정도로 짧고 대체로 고온 다습한 열대계절풍기후를 보이며, 이에 따라 곳곳에 밀림이 우거져 있다. 한편 고원지대인 아라칸산맥과 샨고원, 안남산맥은 덥지만 다소 온화한 여름과 건조한 겨울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온대기후에 속하는데, 다양한 지형에 따라 달리 나타나는 기후는 인도-버마의 생물다양성을 증대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했다.
2,373,000 km²
15,000 -
25,000 종
어류1,440 종
조류1,330 종
380 종
670 종
대체 불가능하기에 더욱 소중한 핫스팟
인도-버마의 풍요로운 자연환경은 이곳을 수많은 동식물 고유종의 보고로 만들었다. 먼저 인도-버마에서 살아가는 관다발 식물은 15,000~25,000종으로 추정되는데, 전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식물 1,300여 종 중 절반가량인 600여 종이 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런가 하면 어류는 최소 1,440종이 서식하며, 메콩강 하류의 분지에만 약 850종의 민물고기가 산다. 그중에는 메콩 거대 메기, 메콩민물 노랑가오리 등 다수의 멸종위기종이 포함돼 있다. 양서류의 경우 380종이 서식하고 그중 절반이 고유종이며, 지금도 새로운 종이 지속적으로 발견되고 있다.
파충류는 670종 이상이 발견됐으며 이 중 1/4 이상이 고유종으로, 인도차이나반도 전역에서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샴악어가 대표적이다. 1,330종 이상의 조류 중에도 벵골느시, 큰따오기 등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는 고유종이 다수 서식중이며, 470종 이상의 포유류 중 피그미늘보로리스, 델라쿠르랑구르 등 전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영장류가 인도-버마에 집중돼 있다.
이처럼 풍요로운 인도-버마의 생태계는 최근 수십 년 사이 빠르게 파괴되고 있다. 급격한 인구 증가와 경제 개발, 천연자원 채굴과 산업형 농업의 확대, 메콩강과 차오프라야강을 중심으로 한 수력발전 댐 건설, 도심지 확대와 교통망 확충에 따른 산림 훼손 등이 이곳의 고유한 동식물을 점점 궁지로 몰아넣고 있는 것. 피그미늘보로리스, 긴팔원숭이 등 애완용으로 인기 높은 멸종위기 고유종의 포획과 불법 거래도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인도-버마는 대체 불가능한 상위 10개 생물다양성 핫스팟 중 하나이자 파괴 위험이 큰 상위 5개 핫스팟이다. 이 지역에 터를 잡은 인도차이나반도 국가들과 전 세계가 생태계 보호를 위해 긴밀하게 협력하지 않으면, 우리는 머지않아 가장 중요한 생물다양성 핫스팟 중 한 곳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인도-버마의 대표적 멸종위기 생물
피그미늘보로리스(Nycticebus pygmaeus)
몸길이 20cm 내외, 몸무게 450~800g 정도의 작은 영장류다. 꼬리는 거의 없으며, 밝은 회갈색을 띠고 등에 짙은 갈색 줄무늬가 있다. 열대의 건조한 낙엽활엽수림에 서식하는 야행성 동물로 과일, 곤충, 작은 포유류와 파충류, 꽃, 버섯, 달팽이, 나무 수지 등을 먹는다.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등지에 서식하며 한 배에 1~2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말레이천산갑(Manis javanica)
몸 전체가 솔방울 모양의 두꺼운 골질 비늘로 덮여 있으며, 몸길이는 90cm, 몸무게는 10kg 내외다. 비늘 색깔은 노란 갈색이며, 배와 주둥이 측면, 다리 안쪽은 비늘 대신 부드러운 털이 자라나 있다. 주둥이는 개미핥기처럼 가늘고 긴데, 그 생김새에 걸맞게 개미와 흰개미를 주로 먹으며 살아간다. 단독 생활을 하며, 위험에 처하면 공처럼 몸을 말아 위기에서 벗어난다.
벵골느시(Houbaropsis bengalensis)
캄보디아, 베트남, 인도, 네팔에서 발견되며 건조하거나 계절에 따라 물에 잠기는, 관목이 듬성듬성 자라는 초원에서 서식한다. 몸길이 70cm 내외이지만 몸무게는 수컷이 1.7kg, 암컷은 2.2kg 정도로 암컷 몸집이 수컷보다 크다. 능숙하게 날 수 있지만 땅에서 걷거나 뛰는 모습도 자주 관찰되며 곤충, 작은 파충류, 열매와 씨앗 등을 먹고 살아간다.
샴악어(Crocodylus siamensis)
몸길이 2~3m의 크로커다일과 파충류로, 주둥이는 편평하고 코는 폭이 넓으며 64~66개의 이빨을 가지고 있다. 황토색에 검은 반점이 있는 모습으로 태어나지만 자라면서 올리브그린색으로 변한다. 다른 악어에 비해 온순한 편이며, 파충류 중 머리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 인도차이나반도 전역의 강가나 늪지에 서식하지만, 환경 파괴와 수렵으로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참고 자료 | 1. CEPF(Critical Ecosystem Partnership Fund) 생태계 프로필 |
2.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홈페이지 | |
3. 두산백과 두피디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