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그로브와 산호초, 산맥이 어우러진 대자연

동부 아프리카 해안 숲을 대표하는 식생은 뭐니 뭐니 해도 맹그로브 숲이다. 전 세계 열대 및 아열대 지역의 바다 연안이나 바다와 담수가 만나는 강 하류에 군락을 이루는 맹그로브는 염분에 내성이 있는 염생식물로, 물속에서부터 뻗어 나온 뿌리가 수면 위까지 자라고 그 사이에 듬성듬성한 공간이 있어 많은 동물들에게 안락한 서식지를 제공한다. 게다가 유기물 함량이 높은 퇴적층에 형성되어 각종 영양분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가두는 일종의 ‘영양소 댐’ 역할을 하다 보니 맹그로브 숲에 터를 잡은 생물이 더욱 많아졌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2022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동부 아프리카 해안 숲에서 가장 넓은 맹그로브 숲을 보유한 국가는 모잠비크로, 그 규모가 745,518ha에 달한다. 탄자니아와 케냐도 각각 110,787ha, 54,430ha의 너른 맹그로브 숲을 보존하고 있다. 최근 맹그로브 숲이 1ha당 1천 t에 달하는 막대한 탄소를 오랜 기간 저장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의 일환으로 맹그로브 숲 보존과 조성에 적극 나서는 중인데, 이런 측면에서 동부 아프리카 해안 숲은 여느 생물다양성 핫스팟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이 지역 연안에 맹그로브 숲이 있다면, 얕은 바다 밑에는산호초 군락이 존재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케냐 라무 섬부터 모잠비크의 3대 도시 중 하나인 앙고체까지 해안가를 따라 길게 이어진 산호초 군락은 동부 아프리카 해안 숲의 해양 생태계 유지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케냐와 탄자니아의 국경선 인근에서 시작되어 탄자니아 남서쪽으로 뻗은 아크 산맥도 동부 아프리카 해안 숲에 포함돼 있다. 해발 고도 1,500~3,000m를 넘나드는 고원지대이면서도 산림이 중간중간 끊어져 있어 10여 개 내외의 산을 중심으로 각각의 고유한 생태계가 존재한다.

동부아프리카 해안 숲 면적

3,000 km²

관다발 식물

4,000

조류

640

파충류

250

포유류

200

양서류

90

개발과 기후변화로 피폐해지는 생태계

동부 아프리카 해안 숲에는 약 4천여 종의 관다발식물이 서식하고 있는데, 이 중 약 43%가 고유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온도를 15~25℃로 유지해 주면 일 년 내내 꽃이 피어 있어 전 세계에 걸쳐 관상용 식물로 사랑받고 있는 아프리카제비꽃(Saintpaulia spp.)이 바로 이 지역의 고유종에서 유래된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이곳에서 자라는 11종의 야생 커피 중 8종도 고유종이다.

640여 종의 조류 중에서는 11종이 고유종이다. 이 중 4종이 탄자니아의 펨바섬에 서식하고 있으며, 펨바녹색비둘기(Treron pembaensis)와 펨바올빼미(Otus pembaensis)는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다. 고유종이자 멸종위기종인 나머지 조류는 대부분 케냐 및 탄자니아의 내륙 해안 숲에서 발견되고 있다. 파충류는 약 250종이 존재하며 50종 이상이 고유종이고, 90여 종의 양서류 중 고유종은 6종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편 약 200종의 포유류 중에서는 11종의 고유종이 발견되는데, 탄자니아 잔지바르에 분포하는 멸종위기종 아더스다이커(Cephalophus adersi)가 대표적이며 나머지 고유종도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다.

동부 아프리카 해안 숲의 존속에 있어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역시 인간이다. 무분별한 개발과 벌채, 광물 채굴 등으로 인해 이곳 생물들이 발붙일 땅이 급격하게 축소되고 있는 것. 최근 전 세계적 현안으로 떠오른 기후변화도 이곳 동식물에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국적 기후 연구단체인 세계기후특성(WWA)은 2023년 4월 기후변화가 동부 아프리카의 가뭄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몇 년째 계속되고 있는 이상 고온으로 인해 토양과 식물이 품은 수분이 증발된 데다가 강우량까지 낮아져 이 지역에 가뭄이 발생할 확률이 100배 이상 높아졌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다. 실제로 2020년부터 이어진 동부 아프리카의 가뭄으로 인해 인간의 삶은 물론 자연 생태계도 빠르게 피폐해지고 있다. 동부 아프리카 해안 숲 보존에 대한 관심과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동부 아프리카 해안 숲의 대표적 멸종위기 생물

아더스다이커(Cephalophus adersi)

잔지바르에 서식하는 몸길이 70cm, 어깨높이 30cm, 몸무게 10kg 내외의 초식동물로, 전체적으로 황갈색을 띤다. 엉덩이 쪽에 흰색 줄무늬가 있으며 6cm 정도의 뿔이 자란다. 주로 낮에 활동하면서 씨앗, 새싹, 열매, 작은 곤충 등을 먹는데, 이러한 먹이 활동은 숲에 씨를 퍼트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번식은 1년 내내 이뤄지며 한 배에 한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펨바녹색비둘기(Treron pembaensis)

머리, 목, 가슴, 배에 녹색이 감도는 회색 깃털을 가진 몸길이 25cm 내외의 비둘기로, 탄자니아 북동부 펨바섬의 고유종이다. 나무가 우거진 곳에 서식하며, 텃새이지만 먹이 변화에 따라서 펨바섬 내에서 이동하기도 한다. 암수 한 쌍이 함께 있거나 작은 무리를 짓는 이들의 먹이는 주로 과일이다. 번식기에는 둥지 2~3개를 동시에 지은 뒤 이 중 하나를 택해 알을 낳는다.

검은코뿔소(Diceros bicornis)

몸길이 3m, 몸 높이 160cm, 몸무게 1t 내외의 대형 포유류로, 암회색 피부를 지니고 있다. 코뼈 위에 두 개의 뿔이 있는데, 앞쪽 뿔이 두 배 이상 길고 뒤로 약간 휘어져 있으며, 위쪽 뿔은 곧고 짧다. 흰코뿔소에 비해 윗입술이 뾰족해 먹이를 잘 휘어잡을 수 있다. 낮에는 나무 그늘에서 쉬고 새벽이나 저녁 때 나뭇잎, 가지, 열매 등을 먹는다. 수명은 약 40년이다.

타나강맹거베이(Cercocebus galeritus)

케냐의 타나강을 따라 띠 모양으로 형성된 숲에서 살아가는 긴꼬리원숭이과로, 노르스름한 갈색의 털이 있으며 수컷이 암컷에 비해 크다. 보통 꼬리 길이가 몸보다 길다. 10~36마리가 무리 생활을 하는 주행성 동물로 씨앗, 나뭇잎, 과일 등이 주식이다. 임신 기간은 180여 일이며, 한 배에 한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참고
자료
- CEPF 생태계 프로필
-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홈페이지
- 세계자연보전연맹 홈페이지
- 두산백과 두피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