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조류의 집단 폐사, 원인은?

야생동물의 폐사는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제가 근무하면서 경험했던 사례로 말씀드리면, 집단 폐사의 원인은 보툴리즘과 농약 중독 두 가지였습니다. 보툴리즘(Botulism)은 보툴리눔균(Clostridium Botulinum)이라는 세균이 생산하는 신경독소가 심각한 강직성 마비를 일으키는 질병입니다. 보툴리즘 독소에 중독되면 운동신경이 마비되어 심한 경우 폐사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 보툴리눔균은 토양 속에 산재하며, 용존산소가 부족하고 고온(여름철)이 지속될 때 증식하여 독소를 생성합니다. 야생조류는 이 독소를 직접 먹거나 이를 축적한 곤충 및 지렁이 등을 잡아먹고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농약 중독은 살충제, 제초제 등 농약에 의해 발생합니다. 노출된 정도와 증상에 따라 급성 중독과 만성 중독으로 구분합니다. 야생동물이 집단 폐사를 한 대부분의 경우는 급성 중독에 의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2020년부터 2024년 9월까지 국내 야생조류 집단 폐사 사례에서 농약 중독으로 사망한 개체 수는 352마리(폐사체 중 14%)이며 독수리, 새매, 큰기러기, 흑두루미 등이었습니다. 이 중 265마리의 폐사체에서는 카보퓨란이라는 농약이 확인됐습니다. 카보퓨란이란 식물에 피해를 주는 곤충을 방제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는 살충제로 독성이 매우 강하며 광범위하게 사용됩니다.

인위적으로 일어나는 야생조류 집단 폐사

농약 중독이 확인된 야생조류의 폐사체를 부검해보면 대부분 소화기관에서 볍씨와 같은 곡물이 발견됩니다. 실제로 폐사체가 발견된 지점에서도 바닥에 볍씨가 뿌려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폐사체에서 나온 볍씨와 현장에서 발견된 볍씨를 검사해보면 동일한 성분의 농약이 검출됩니다.
이때 농수산물 품질관리법 제61조에 따른 잔류농약 허용 농도보다 높은 농도가 검출되는데, 이는 인위적으로 농약이 살포되었음을 나타냅니다. 이러한 결과를 해당 지자체에 통보하여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67, 68, 69조에 따라 경찰 수사를 권고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수사가 여러 차례 진행됐으나 처벌받은 사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농약 중독에 의한 폐사는 의도적으로 발생합니다. 그렇기에 그 이유를 알아야 농약 중독에 의한 야생동물의 폐사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이유에 대해 정확히 조사된 바는 없지만 현장을 가게 되면 크게 두 가지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첫 번째는 ‘먹기 위해서’입니다. 현재는 금지되어 있지만 과거에는 적법한 포획을 통해 확보한 동물들에 대해 자가소비(섭취)를 해왔었습니다. 적법한 포획을 위해서는 총기 사용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허가가 쉽지 않기 때문에 농촌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농약을 이용해 포획을 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조류인플루엔자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겨울철이 되면 야생조류에서 조류인플루엔자가 검출되면서 농가에 피해를 일으키는 원인 중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안과 우려를 가진 사람들이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자체적인 예방을 위해 야생조류에 인위적인 힘을 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 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야생동물, 특히 야생조류에서 농약 중독 검사를 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이를 확대하여 농약을 포함한 다양한 환경유해인자 노출에 의한 야생동물의 영향에 대해 연구하고자 합니다. 이에 대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