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복원연구팀에 근무하는 임정은입니다. 복원연구팀에서 국내외 멸종위기종 협력 네트워크 구축, 생체 시료 확보, 멸종위기종 생체 시료 은행 운영 등의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특히 EEP(유럽 서식지 외 보전 프로그램), UNESCAP(유엔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를 비롯한 국제기구, 러시아 ‘표범의 땅 국립공원’ 등과 협력해 멸종위기종 보전을 위한 국제협력 업무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Q. 멸종위기종을 분류하는 기준은 무엇입니까?

멸종위기 야생생물 지정기준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요약하면 개체 수가 급격하게 줄었거나, 서식지가 훼손되거나, 위협요인이 발생해서 멸종위기를 겪는 경우를 말하는데 이 세 가지 중 하나에만 해당돼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됩니다. 현시점에서 문제가 되는 종이면 1급이고 가능성이 높으면 2급으로 지정됩니다.규정만 보면 멸종위기종 지정이 굉장히 명확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예를 들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라고 판단하려면 그 전 상태를 알아야 하는데 실제로 그 전 상태를 잘 알 수 있는 종은 거의 없습니다.

Q. 만일 멸종위기종이 멸종에 이른다면 생태계에는 어떤 문제가 발생하나요?

중요하지만 어려운 질문입니다. 우리는 생태계에 대해 제대로 모르기 때문입니다. 생태계의 일부를 연구해서 파악된 부분만 알 뿐입니다. 그러나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분명히 있습니다. ‘꿀벌’이 대표적 사례이죠. 꿀벌의 개체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농작물 생산량이 급감하는 것을 보고 조그마한 꿀벌이 이런 생태계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었구나를 깨닫게 됐잖아요.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사라질 수 있습니다.

Q. 자연의 질서에 따라 사라지는 종을 복원했을 때 생태계 교란의 문제는 없나요?

‘교란’의 의미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어사전에서는 ‘상황을 흔들어서 어지럽고 혼란하게 함’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멸종위기종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생태계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사라졌던 종이 다시 나타나 제 역할을 하게 된다면 당연히 변화가 생기겠지만 이를 ‘교란’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복원된 종이 기존 생태계와 균형을 맞추는 과정에서 일부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복원이 철저히 연구되고,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신중하게 이루어진다면, 생태계의 부정적인 변화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 역할을 하는 것 또한 우리의 역할이기도 합니다. 복원이란 ‘개체 수가 늘어나 자연에 잘 적응’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의 공존 문제도 고려해야 할 과제입니다.

Q. 최근 센터가 주목하고 있는 멸종위기종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그 멸종위기종의 보전 혹은 복원을 위해 어떤 과제를 진행 중인가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된 산양입니다. 센터에서는 최소 2,000마리 이상이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종인데 지난 겨울 한파로 1,000여 마리가 폐사됐어요. 대량 폐사 발생 전후를 모니터링하면서 개체 수 회복 여부를 점검하고 있습니다. 먹이급여대도 추가 설치하고 있고, 탈진한 산양을 구조하기 위한 수색을 진행할 예정이며, 농경지 그물망 피해 방지를 위한 연구도 진행 중입니다.

Q. 멸종위기종의 보전을 위해 우리가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멸종위기종을 보전한다는 것은 다른 말로 ‘공존’한다는 말입니다. 공존에는 인간의 ‘너그러운 생각’이 필요합니다. 국제협력을 하면서 다양한 나라의 야생동물 복원 사례들을 접하게 됩니다. 동물과 공존하다 보면 인간의 삶에 미치는 불편함이 있는데 이것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나라마다 지역마다 개인마다 천차만별입니다. 예를 들어 동물들이 농가로 내려와 피해를 입히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동물과 공존하려면 이 정도는 감수하며 살자’ 라고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농가를 망치는데 왜 관리를 안 하느냐’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어요. 야생동물들과 공존하려면 ‘관리’가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이웃’이라는 너그러운 마음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