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하구의 생명력, 남형제섬

사하구는 바다에 가기 전 낙동강이 품었던 모래를 하구에 떨구면서 형성된 삼각주 지역이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이다 보니 퇴적물에 영양분이 풍부해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수상 환경이 조성됐다. 하구에는 갈대가 무성하고, 철새들이 한철 쉬어가기에도 좋은 환경이다. 사하구는 이러한 환경적 특징을 인정받아 1966년부터 천연기념물 제179호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사하구 전역이 ‘생태계’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을숙도 생태공원, 다대포 생태탐방로, 고우니 생태길 등 생태공원이 곳곳에 위치해 있어 생물다양성의 접근성이 좋다.

그중에서도 남형제섬은 매우 귀중한 섬이다. 부산 최남단에 위치해 있으며, 특정도서 및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될 정도로 생태환경이 잘 갖춰져 있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외로운 섬이라 해서 ‘외도’로도 불리는 남형제섬. 그러나 이 섬은 세 개의 작은 돌섬으로 이뤄져 있어 ‘외로운 섬’이라는 말과는 달리 세 섬이 똘똘 뭉쳐 다정한 인상을 준다.

남형제섬은 보호대상 해양생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밤수지맨드라미를 비롯해 진총산호류, 해송 등 좀처럼 발견하기 힘든 산호류가 군집을 이루고 있어, 빼어난 수중 경관을 자랑한다.

노을 속의 생명, 을숙도

새을(乙), 맑을숙(淑), 섬도(島). 을숙도는 새가 많고 물이 맑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낙동강 하구에 침식물이 퇴적되면서 1916년에 생겼고, 동아시아-호주를 이동하는 철새의 이동 경로에 있다 보니 1970년대까지 동양 최대의 철새 도래지였다. 하지만 1980~90년대 산업화와 도시개발로 인해 자연환경 및 생태계가 크게 훼손됐다. 심지어 1993년부터는 부산 지역의 쓰레기 매립장 등으로 활용됐으나,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친환경 을숙도 생태공원 조성을 추진하면서 생태계 복원 사업에 착수했다.

그 결과, 현재와 같이 다시금 철새 도래지로 거듭난 을숙도. 겨울에는 큰고니, 큰기러기 등이, 여름에는 쇠제비갈매기, 꼬마물떼새 등이 찾아오는데, 특히 큰고니와 쇠제비갈매기는 을숙도가 우리나라 최대 월동지 및 번식지라는 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철새들의 쉼터인 셈이다.이렇듯 철새들이 을숙도를 찾는 이유는 먹이원이 풍부한 것으로 추정된다. 칠게, 말똥게, 길게, 도둑게, 엽낭게 등을 비롯해 플랑크톤과 수서곤충 등이 번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을숙도의 진가는 노을이 질 때 알 수 있다. 해가 지평선 너머로 넘어가는 그 짧은 시간, 습지를 거니는 철새를 바라보면 세상 근심과 걱정이 모두 아무것도 아닌 듯 아득하게 느껴진다. 자연과 생태가 인간에게 선물하는 포근한 위로다.

풍부한 수상 생태계를 형성한
부산 사하구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야생동물들

나팔고둥

고둥이라 손톱만 한 크기로 생각할 수 있으나, 최대 성장 크기가 무려 30cm에 육박한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복족류 중에서 가장 크다. 육식성으로 불가사리, 해삼 등의 극피동물을 먹고 살며 12월에서 4월까지 5개월간 산란한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이다. 과거 해안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었으나 채집 및 환경오염으로 현재 제주도 근해에서만 서식한다.

밤수지맨드라미

우리나라 고유종으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이다. 조간대의 수심 20~30m에 있는 바위 등에 붙어 고착 생활을 하며, 군체는 납작한 우산 모양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제주도에 서식하고 있지만, 부산 사하구의 남형제섬에서도 밤수지맨드라미를 발견할 수 있다. 지난해 세계 처음으로 밤수지맨드라미를 인공증식에 성공했다.

큰고니

몸몸길이 약 1.5m로, 암수 모두 순백색이지만 어린 새는 회갈색을 띤다. 고니와 비슷하지만 부리의 노란색 부분이 더 넓은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한배에 3~7개의 알을 낳는데, 하루걸러 알을 낳는 게 특징이다. 아이슬란드에서 시베리아에 걸친 툰드라지대에서 번식하고 지중해, 인도 북부 및 우리나라와 일본 등지에서 겨울을 난다. 우리나라에서는 부산 사하구를 비롯해 경포대, 진도· 해남 등지에서 볼 수 있다.

맹꽁이

머리는 뾰족하며 몸통이 둥근 편인 맹꽁이는 등면이 흑갈색을 띤다. 특히 등에 자극을 주면 등면에서 독이 분비된다는 특징이 있다. 물갈퀴가 거의 발달하지 않았으며, 대신 뒷발에 돌기가 발달해 있다. 주로 땅속에서 지내다가 야간에 활동한다. 장마철에 번식하는데, 알의 부화 속도가 매우 빨라 하루 정도 지나면 유생으로 자란다. 전국 저지대에서 서식하고 있다.

을숙도 생태공원

고우니 생태길

을숙도 고니떼

자연의 품에서, 위로를

해넘이가 유명한 장소는 을숙도뿐만이 아니다. 몰운대는 낙동강 끝자락에 위치한 곳으로, 몰운대 유원지 서측 해안에 낙조전망대가 조성돼 있다. 몰운대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바로 일몰이다. 해가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순간, 하늘은 금빛과 주홍빛으로 물들고, 바다 위에 반사된 빛은 마치 그림처럼 아름답다. 해넘이를 바라보며 느끼는 평화로움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잊게 해줄 뿐 아니라, 자연이 주는 위로에 가슴 한편이 주황빛으로 물든다.

몰운대에 발을 디디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넓게 펼쳐진 바다와 그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갈매기들이다. 이곳은 다양한 해양생물의 서식지로, 맑고 깨끗한 바닷물과 함께 생물다양성이 풍부하다. 특히 몰운대 주변의 해안선은 해조류와 조개류의 다양한 군락이 형성되어 있어 생태계의 복잡성과 아름다움을 알 수 있다.자연은 우리에게 위로와 영감을 준다. 그 속에서 우리는 삶의 본질을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부산 사하구에서의 시간은 마음의 여유와 평화를 찾는 여정이다. 자연과 함께하는 삶의 의미를 깊이 있게 느껴보길 바란다.

낙동강 생태의 동반자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은 담수생물 주권의 확보와 생물다양성 보전 및 생물 자원의 지속 가능한 이용에 기여하고자 설립된 담수생물 전문 연구기관이다. 생명 존중을 바탕으로 한 창의적 도전, 미래 가치 창조, 소통과 협력의 핵심 가치를 토대로 임직원 모두 힘을 합쳐 세계 일류의 담수생물 연구기관으로 도약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