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두 번째 규모에 걸맞은 다채로운 자연환경

지중해 유역은 동서로는 포르투갈부터 튀르키예 동남부, 남북으로는 아프리카의 섬나라 카보베르데에서 이탈리아 북부까지를 아우르는 약 200만km2 규모의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생물다양성 핫스팟이다. 이름 그대로 지중해를 둘러싼 모든 유역이 여기에 속해 있으며, 지중해와 동대서양에 떠 있는 5,000여 개의 섬도 지중해 유역에 포함된다.

지중해 유역의 중심에 있는 지중해는 유럽과 아프리카 대륙으로 둘러싸인 내해로, ‘헤라클레스의 기둥’이라 불리는 지브롤터 해협을 통해 대서양과 연결된다. 이탈리아의 시칠리아와 아프리카 튀니지의 본곶을 잇는 해저 산맥을 기준으로 크게 동쪽의 이오니아해와 서쪽의 티레니아해로 나뉜다. 이오니아해는 티레니아해보다 비교적 기온이 높다. 또한 이오니아해에서는 매년 1.5m 높이의 바닷물이 증발하는데, 이를 메우기 위해 대서양의 바닷물이 끊임없이 지중해 쪽으로 유입되고 있다.

이 지역의 기후는 크게 여름철과 겨울철로 나뉜다. 여름철에는 아열대 기단의 영향으로 비가 거의 오지 않는 무덥고도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며, 겨울철에는 북쪽의 기단 남하에 따라 강수대가 형성되어 온화하면서도 비가 내리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지중해성 기후로 인해 예로부터 올리브, 오렌지, 포도, 코르크 등이 잘 자라기로 유명하다.

지브롤터 해협 서쪽의 대서양 지역에는 마데이라섬과 포르투산투섬, 2개의 무인도로 이뤄진 포르투갈령의 마데이라 제도가 자리 잡고 있다, 마데이라는 포르투갈어로 ‘목재’를 뜻하는데, 질 좋은 목재가 난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한편 지중해 유역의 남쪽으로 눈을 돌리면 아프리카의 섬나라인 카보베르데가 존재한다. 화산재 표층과 대륙에서 불어오는 모래바람으로 인해 이 나라의 섬 대부분이 고온 건조한 기후를 띠며, 5~10월의 우기를 제외하면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다.

지중해 유역 면적

2,000,000 km²

포유류

300

조류

500

파충류

300

어류

1,200

지중해 유역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다각적 노력

이처럼 드넓은 지역과 다양한 자연환경 덕분에 지중해 유역은 생물자원의 보고로 평가받는다. 식물의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세계에서 세 번째로 풍부한 곳으로, 전 세계 식물의 10%에 해당하는 25,000여 종이 이 지역에 서식하며 그중 절반 가까이는 여기에서만 자라는 고유종이다. 매년 5월경 레바논의 해발 1,300~1,700m 산악 지대에서만 만날 수 있는 보랏빛의 매혹적인 꽃 아이리스 소파라나(Iris sofarana)가 대표적이다.

동물 쪽으로 눈을 돌려도 고유종이 상당히 많다. 포유류 300여 종 중 약 40종, 500여 종의 조류 중 약 60종, 파충류 300여 종 중 약 120종, 어류 1,200여 종 중 약 130종이 고유종으로 알려져 있다.

여느 바다 대비 크기와 수량이 적다 보니, 지중해는 그 어느 곳보다도 기후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으며 이에 따라 지중해 유역의 생태계도 빠르게 파괴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매년 여름 30℃ 언저리까지 치솟는 수온은 바다 생물에게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여기에 기대어 살아가는 지중해 유역의 동식물 또한 큰 어려움에 처했다. 여러 나라에 둘러싸여 있어 환경오염이 집중되고 있으며, 미세 플라스틱의 양 또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지중해 유역 생물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도 이곳 생태계 파괴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베리아스라소니(Lynx pardinu)와 스페인흰죽지수리(Aquila adalberti)의 개체 수 급감이 대표적 사례다. 이들은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있는 이베리아반도 생태계의 정점에 있는 동물인데, 최초 중국에서 대규모로 발생한 토끼 출혈성 바이러스(RHDV)가 두 차례 이 지역에 퍼지면서 굴토끼가 집단 폐사했고, 굴토끼를 먹이로 삼는 이들의 개체수 또한 대폭 감소한 것이다. 지중해 유역의 이 같은 변화와 생태계 파괴는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생물다양성 핫스팟을 제대로 보존하기 위해서는 기후위기 대응부터 바이러스 관리까지 다방면에 걸친 노력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지중해 유역의 대표적 멸종위기 생물

이베리아시라소니(Lynx pardinus)

몸길이 90cm, 몸무게 12kg 내외의 고양잇과 동물로, 일반 스라소니 대비 절반 정도의 크기다. 귀 끝에 검은색 털 술이 있으며, 황갈색 몸에 검은색 반점이 있다. 배 쪽은 흰색이고, 귀 뒷면은 검은색이다. 해 질 녘에 가장 활동적이며, 주로 굴토끼를 잡아먹는다. 서식지가 크게 파괴되어 현재는 이베리아반도 남서부에 제한적으로 서식한다.

스페인흰죽지수리(Aquila adalberti)

몸길이 80cm 안팎의 수리과 조류이며, 날개를 펴면 길이가 2m에 육박한다. 전체적으로 검은색과 갈색으로 덮여 있는데, 윗머리부터 목덜미까지는 크림색을 띤다. 이름 그대로 어깨 부위 털이 흰색이다. 나무가 드문드문 있는 저지대와 언덕에 서식하며, 주로 굴토끼를 사냥한다. 대개 암수 한 쌍이 내내 한 곳에 머물며 일정 영역에서 활동한다.

지중해몽크물범(Monachus monachus)

몸길이 250cm, 몸무게 300kg 정도로, 머리는 작고 둥글며 주둥이는 짧으면서 넓다. 등 쪽은 잿빛 회색, 배 쪽은 크림색을 갖고 있다. 밤낮으로 활동하지만 경계심이 많아서 사람이 활동하는 시간에는 돌아다니기를 꺼린다. 튀르키예 서부와 그리스 연안을 중심으로 서식하며, 작은 무리를 이뤄 생활하고 물고기와 다족류를 주로 먹으며 살아간다.

바바리마카크(Macaca sylvanus)

몸길이가 약 60cm인 데 반해 꼬리 길이는 2~3cm에 불과해 모습이 일본원숭이와 비슷하고 잡식성이다. 노란빛이 도는 갈색의 털이 몸 전체에 나 있으며, 얼굴은 옅은 흰색이다. 동남아시아에 분포돼 있는 마카카속의 원숭이가 아프리카 중에서도 원숭이 서식 지역이 아닌 모로코와 알제리에 살고 있다는 점이 이색적인데, 그 배경은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참고
자료
- CEPF 생태계 프로필
- 세계자연보전연맹 홈페이지
- 두산백과 두피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