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돝오름, 초원의 숨결을 느끼다
돝오름은 제주의 수많은 오름 중에서 그리 높지 않으면서도 아름다운 전망을 자랑하는 곳이다. 오름 이름의 ‘돝’은 돼지를 의미하는 제주 방언으로, 오름의 형상이 마치 돼지가 누워 있는 듯 보인다고 하여 붙여졌다. 완만한 경사 덕분에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으며, 정상에 서면 제주의 푸른 들판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돝오름의 생태적 가치는 그저 풍경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곳은 들꽃과 초원이 조화를 이루며 다양한 곤충과 새들의 서식지가 되어준다. 봄과 여름에는 색색의 야생화가 피어나며, 가을에는 억새가 바람에 일렁이며 장관을 이룬다. 이런 자연 속에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다 보면 제주가 지닌 생태적 매력을 온몸으로 느껴볼 수 있다.
천 년의 숲 ‘비자림’을 거닐다
비자림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국내 최대 규모의 비자나무 숲이다. 약 2,800그루 이상의 비자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이곳은 500년에서 800년 이상 된 고목들이 자리 잡고 있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울창한 숲길을 따라 걸으며 나무가 뿜어내는 맑은 공기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비자림은 단순히 오래된 나무들의 집합체가 아니다. 이곳은 다양한 동·식물이 공존하는 생태계의 보고이기도 하다. 숲속을 걷다 보면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다양한 식물과 곤충을 마주칠 수 있으며, 운이 좋다면 제주 고유종인 팔색조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조용한 숲길을 따라 걷는 동안 도시의 소음은 잊히고, 자연의 숨결이 가까이 다가온다.

해녀들의 물길로 바닷속 생태계를 만나다
제주 해녀들은 단순한 어부가 아니라 제주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문화의 일부다. 그녀들이 매일같이 드나드는 바다는 다채로운 해양 생태계가 살아 숨 쉬는 공간이다. 해녀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물질을 배워보거나, 해녀 박물관을 방문하여 그녀들의 삶과 제주 바다의 생태적 가치를 이해할 수 있다.
특히 해녀들이 채취하는 전복, 소라, 톳 등은 제주 바다의 생태계를 그대로 반영하는 자연의 산물이다. 이들은 무분별한 채취를 피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바다와 공존하는 방식을 터득해 왔다. 제주 해녀들의 물길을 따라가며 우리는 바다와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방식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다.
돝오름의 푸른 초원, 비자림의 고요한 숲, 그리고 해녀들의 바닷길까지. 제주의 생태 여행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제주의 생명이 깃든 공간에서 천천히 걸으며 자연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그렇게 제주를 온전히 느낄 때, 우리는 자연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풍부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제주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야생동물들

비바리뱀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에서만 서식하며, 방목지나 목장으로 이용된 해발 600m 이하의 초지대에서 볼 수 있다. 몸길이 30~60cm의 소형 뱀이지만 ‘뱀을 잡아먹는 뱀’으로 불리는 만큼 주 먹이는 줄장지뱀, 도마뱀과 같은 소형 파충류이며, 대륙유혈목이의 어린 개체를 잡아먹기도 한다.

팔색조
몸길이 18cm로, 무지개와 같은 8색 깃털을 가지고 있는 매우 아름다운 새다. 해안과 섬 또는 내륙의 경사지에 있는 숲에서 번식한다. 주로 곤충이나 지렁이를 먹으며, 한 번에 4~6개의 알을 낳는다. 우리나라에서는 경기도, 경남, 전남 등지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제주 한라산 자락의 번식지 등에는 해마다 여러 쌍이 규칙적으로 찾아와 번식하고 있다.

긴꼬리딱새
꼬리깃이 매력적인 긴꼬리딱새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이다. 긴 꼬리깃을 가진 수컷의 몸길이는 45cm인 데 반해 암컷은 18cm다. 부리와 눈 테두리가 파란색인 게 특징이다. 낮은 산지의 활엽수림에서 서식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여름철 깊은 숲속에서 드물게 관찰된다. 제주, 남부지방에서 주로 번식한다.

한라솜다리
국화과 여러해살이풀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이다. 전체에 솜털이 많으며 7~8월경에 노란빛이 도는 흰색 꽃이 핀다. 한라산 해발 1,500m 이상 바위 지대에서 드물게 발견된다. 우리나라 고유종으로 개체 수가 매우 적으며, 현재 한국적색목록에 멸종위기범주인 위급종(CR)으로 평가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