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헬스의 시작점, 야생동물 질병 관리

최근 미국에서 젖소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감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2024년 3월 처음 보고된 뒤, 현재 17개 주 1,078개 젖소 농장에서 감염이 확인됐습니다. 야생조류나 오염된 환경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추정하는데요. 젖소에서 사람으로 감염된 사례는 지금까지 70여 건이 확인됐습니다. 주요 원인은 감염된 젖소와의 접촉 때문인 것으로 추정합니다. 조류나 가금류에서만 발생하던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에 돌연변이가 일어나면서 포유류에게 전파된 건데요. 야생동물에서 가축 또는 사람으로 바이러스가 전파되기도 하고, 역으로 가축 또는 사람이 야생동물에게 바이러스를 전파시키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 동물, 환경의 건강이 하나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원헬스(One Health) 관점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됩니다.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야생동물의 건강은 물론, 생태계 전체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야생동물 질병 관리에 힘쓰고 있습니다. 야생동물 질병 관리 및 감시 체계를 구축하고, 질병관리청 및 농림축산검역본부 등 관계 기관과 협력해 대응합니다. 또한 국제 교류를 통해 글로벌 원헬스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야생동물질병관리시스템(WADIS)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죽거나 병든 야생동물에 대한 질병을 진단합니다. 지자체, 환경청 등 관계기관이 죽거나 병든 야생동물을 발견하면 발견한 날짜, 장소, 생물종, 암·수, 무게 등 다양한 정보와 함께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에 질병 검사를 의뢰합니다.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검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야생동물질병관리시스템(WADIS)에 공개합니다. 지리정보시스템(GIS)과 연계해 질병의 발생 현황과 지역별 분포 등도 확인 가능합니다. 이를 통해 지자체의 업무 담당자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도 누리집(www.wadis.go.kr)을 통해 야생동물의 질병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2024~2025년 겨울철 국내 고병원성 AI 유전형 분석 사례
첨단기술로 예측하는 야생동물 질병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야생동물 질병을 관찰하고 연구하기 위해 다양한 첨단기술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야생 멧돼지를 관찰 및 포획할 때는 열화상 카메라를 부착한 드론을 사용하는데요. 주로 밤에 활동하는 멧돼지의 이동 경로를 감시하고, 총기 포획 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쓰입니다. 그 외에도 군사지역 등을 이유로 드론 촬영이 제한된 곳에서는 열화상 카메라가 부착된 차량(TOD)을 활용해 개체수와 위치정보 등을 확인합니다.
차세대염기서열분석법(NGS; Next Generation Sequencing)을 활용해 전장유전체(Whole Genome) 분석도 실시합니다. 기존 분석법보다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시료를 분석하는 방법으로, 바이러스의 염기서열 정보를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습니다. NGS 및 역학분석을 통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의 유입 경로를 파악하여 해당 지역의 예찰을 강화하는 등 적극 대응이 가능합니다. 또한 국내외 야생조류 월동지에서 야생조류 위치추적기 부착 및 연구를 통해 조류인플루엔자(AI) 감수성 야생조류의 이동 패턴 모니터링과 국내 전파 가능성 평가도 수행합니다. 이처럼 야생동물 질병 감시, 연구 등에 다양한 기술을 적극 활용 중입니다.

국제 협력으로 지키는 생태계 건강

2016년부터 협력 관계를 구축한 미국 지질조사국(USGS) 국립야생동물보건센터(National Wildlife Health Center)와 매년 야생동물 질병 관련 정책과 제도를 공유하고, 공동연구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아·태지역 야생동물 질병 공동 워크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한국, 미국, 일본, 호주 공동주관으로 ‘25년 야생동물 질병 연구 공동 워크숍’을 일본 가고시마에서 성공적으로 개최했으며 내년에는 중국에서 진행할 예정입니다.
다가오는 겨울철에 국내로 유입될 수 있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를 선제적으로 예찰하고, 조기 경보하기 위한 해외 예찰도 진행합니다. 몽골 등 야생 철새 번식지에서 유행하고 있는 바이러스를 조기에 검출하기 위해 하천에 가금류 사육장을 설치하고, 물과 같은 간접 접촉을 통해 야생 철새로부터 바이러스가 전파되도록 유도하는 방법인데요. 몽골 동부 지역에서 서식하는 철새들이 주로 우리나라에서 월동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매년 번식 시기인 7~9월 몽골 동부 지역에서 AI 조기 감시망을 운영해 선제 예찰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은 다양한 활동과 연구를 통해 국내외 야생동물 질병 관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원헬스 관점에서 야생동물의 건강, 생태계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습니다.

GPS 추적기를 부착한 야생조류의 이동 경로
몽골의 AI 조기 감시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