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생물자원관은 연세대 연구팀과 함께 산뱀딸기 추출물에서 항바이러스 효과를 확인했다.
산뱀딸기, 바이러스에 맞서다
2025년 가장 주목할 연구 성과는 산뱀딸기에서 발견된 항바이러스 효과다. 겨울마다 반복되는 노로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식중독, 손 씻기만으로는 막기 어려운 이 감염병에 자연이 해답을 내놓았다. 국립생물자원관과 연세대 연구팀이 우리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산뱀딸기’ 추출물에서 놀라운 항바이러스 능력을 확인했다. 감염된 세포에 적용하자 바이러스 활동이 약 97% 억제되고 면역세포 생존율이 높아졌다. 동물실험에서도 장 속 바이러스가 61% 줄어드는 결과를 보여 연구진은 ‘항바이러스 조성물’로 특허를 출원했다.
이번 연구는 평범한 자생식물이 감염병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노로바이러스에 대해 식물 기반 예방 대안이 제시되며 국내·외 연구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연구진은 산뱀딸기 속 핵심 유효 성분을 분석 중이며 향후 인체 적용 가능성과 건강기능식품·원료 산업으로의 확장도 추진할 계획이다.
세상을 바꾸는 작은 날갯짓
2025년 가장 뜻 깊은 생물다양성 교육의 성과는 벌의 날개에서 시작됐다. 5월 20일 ‘세계 벌의 날’을 맞아 국립생물자원관은 수도권과 강원, 충북 등 27개 초등학교, 115개 학급을 대상으로 야생벌 보호와 생물다양성 보전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5월부터 10월까지 벌의 생태와 꽃가루받이(수분) 과정, 벌이 사라질 경우 생태계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수업이 진행됐다.
학교 주변 생태환경을 활용한 실외 탐구 활동도 함께 진행됐다. 아이들은 직접 보고 느끼며 벌의 소중함을 체험했다. ‘작은 생물이 지구의 건강을 지탱한다’는 사실을 어린이들의 눈높이에서 전한 시간이기도 했다. 벌이 꽃가루를 옮기며 숲과 농작물을 살리고 그 과정이 사람의 식탁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몸소 이해할 수 있었다. 기후위기 속 벌 개체수 감소가 전 세계적 문제로 떠오른 지금, 이번 교육은 자연의 균형과 생물 보전의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세계 벌의 날’을 맞아 초등학생 대상으로 진행된 야생벌 보호와 생물다양성 보전 교육
특별전 「곤충, 많아지거나 사라지거나」 개막식
곤충, 많아지거나 사라지거나
2025년 가장 주목할 만한 전시는 국립생물자원관의 특별전 「곤충, 많아지거나 사라지거나」다. 지구 생태계의 작은 주인공인 곤충을 통해 환경 변화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전시로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든 곤충과 인간의 활동으로 오히려 늘어난 곤충의 이야기를 함께 다뤘다. 전시는 세 구역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구역은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로 사라진 곤충들의 흔적을, 두 번째는 인간 곁에서 살아남은 도시 곤충의 생존 전략을 소개한다. 마지막 구역은 인간과 곤충의 공존을 탐색하는 체험 공간으로 실제 표본과 영상이 결합돼 ‘곤충의 눈으로 본 세상’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곤충의 감소는 곧 인간의 위기’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생태계 균형 속에서 곤충이 맡는 역할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전시는 2026년 7월까지 이어지며 어린이 대상 ‘곤충 탐험대’ 체험 프로그램, 시민 참여 사진 공모전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함께 진행된다.
작은 생명에서 큰 미래를 보다
돌이켜보면 국립생물자원관의 2025년은 생명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그 가치를 국민과 나눈 한 해였다. 산뱀딸기 연구를 통해 자생식물의 잠재력을 재발견했고, 어린이 생물다양성 교육으로 미래 세대의 환경 감수성을 키웠으며, 전시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다시 성찰했다. 2026년에도 국립생물자원관은 자생생물 연구를 더욱 깊이 있게 이어가며 국민이 함께 참여하는 생물다양성 확산의 길을 넓혀갈 계획이다. 작은 생명에서 큰 미래를 보는 일, 그것이 국립생물자원관이 존재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