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들이 자유롭게 무리를 지어 찾아오는 천수만

겨울 철새의 휴게소, 천수만

힘찬 날갯짓으로 바다를 건너는 새들에게도 쉬어 갈 곳은 필요하다. 북부 시베리아나 만주에서 동남아시아까지 향하는 철새무리에게 이곳, 천수만의 너른 땅은 긴 여행길의 중간 지점이다. 이곳에서 겨울 철새는 떨어진 곡식 낱알과 물고기로 배를 채우고 갈대숲에서 지친 날개를 쉰다. 그렇게 천수만을 찾는 철새가 어느덧 최대 300여 종, 하루 15만 여 마리에 달한다. 그 외에도 큰기러기, 큰고니, 독수리, 노랑부리저어새, 황새, 흑두루미 등 다양한 겨울 철새가 찾아온다.
넓디 넓은 천수만에서 자유롭게 무리를 지어 쉬고 있는 새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간척호 제방 몇몇 군데에는 새들을 살펴볼 수 있는 탐조대가 마련되어 있다. 볏짚을 재료로 벽을 쌓고, 창문을 내어 쉬고 있는 새들을 방해하지 않고 찬찬히 살펴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새들이 놀라 달아날 수 있는 원색의 옷과 고성방가 등은 금물이다.충남 서산의 부석면에 위치한 AB지구 간척지는 지난 1980년 부터 시작한 간척사업 결과 4,700만 평에 달하는 넓은 간척지와 담수호가 생겨났다. 2000년대 이후에는 습지 복원과 철새 보호를 위해 꾸준히 수질을 개선하고 생태계를 복원하고자 했다. 천수만을 찾아오는 철새를 위해 수확물을 그대로 논에 존치하는 철새 먹이공급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활동 끝에 천수만은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로 자리잡게 되었다. 현재 천연기념물 28종과 멸종위기 야생생물 10종이 서식하고 있다.

서산 버드랜드와 함께 즐기는 탐조

만일 탐조에 관심이 있다면 서산 버드랜드를 눈 여겨 보자. 서산시에서는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인 천수만의 생태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생태공원 서산 버드랜드를 운영한다. 버드랜드는 철새전시관, 4D 영상관, 둥지전망대 등 실내 시설과 야외공연장, 관찰 데크, 숲속 놀이터 등 야외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 11월 초에는 제14회 아시아조류박람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조류 행사인 해당 박람회는 ‘인간과 야생조류의 공존’이라는 주제 아래 개최되었다.
버드랜드에는 직접 탐조를 할 수 있는 철새탐조투어가 마련되어 있다. 탐조투어는 90분간 진행되며 20인승 버스를 타고 정해진 코스를 따라 탐조한다. 전문 해설사의 설명과 함께 탐조할 수 있으니 탐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미리 예약해보자. 탐조투어와 함께 운영되는 숲속 생태체험은 각 계절에 어울리는 생태 관찰 체험을 진행한다. 각 계절에 걸맞은 주제로 운영되며, 해당 월에 관찰되는 새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버드랜드에서 관찰할 수 있는 독수리 무리
천수만을 찾는 철새를 살펴볼 수 있는 버드랜드의 철새박물관

바다 한가운데의 암자, 간월암

천수만 간월암은 바다 위에 떠있는 암자다. 작은 섬에는 오로지 작은 암자 하나뿐이다. 그러나 물때를 맞추면 바다가 갈라지고 숨겨진 길이 드러난다. 하루 두 번 밀물에는 섬이 되고 썰물에는 뭍이 된다. 신비로운 간월암은 서산9경 중 하나로, 서산시의 주요 관광지이자 일몰 명소로 손꼽힌다.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구분되지 않는 간월암의 절경

조선시대 태조 이성계의 왕사였던 무학대사가 창건한 암자로 알려져 있다. 무학이 이곳에서 달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 하여 ‘간월(看月)암’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관음전, 산신각, 용왕각, 250년이 된 사철나무, 범종각으로 이루어진 소박한 이 암자가 유명해진 것은 만공스님 덕이다. 만공스님이 조선의 독립을 위해 천일기도를 한 곳이 바로 이곳 간월암이기 때문이다. 만공스님의 천일기도 회향 사흘 후에 조선은 독립을 맞이했다. 붉게 물든 단풍과 짙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 옆으로 해가 풍덩 떨어지는 모습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고즈넉하다. 이곳 간월암에서 지난 해를 되돌이켜 보고 정리할 수 있는 쉼의 시간을 누리자. 다음 해로 건너가기 위한 힘찬 날갯짓에 너무 빨리 지치지 않도록.

철새들의 쉼터
서산 천수만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야생조류

흑두루미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이며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는 흰 머리와 목을 제외하고 모두 검은색이다. 몸길이는 약 100cm에 이르며, 우리나라에 도래하는 두루미류 중 작은편에 속한다. 주로 곡류나 식물의 뿌리, 곤충 등을 먹이로 하며, 하천 하구나 농경지 주변에서 무리를 이루어 생활한다. 시베리아, 중국, 몽골 등지에서 번식하고 한국, 일본에서 월동한다.

호사비오리

멸종위기 야생생물 I 급이며 천연기념물인 호사비오리는 수컷의 머리에 녹청색 광택이 도는 긴 관모가 있고, 가슴은 흰색, 옆구리에 비늘무늬가 특징이다. 몸길이는 약 57cm 정도이며 부리는 붉은색이다. 주로 물살이 빠른 하천 중상류 등 깨끗한 담수 지역에서 주로 서식한다.

쇠제비갈매기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조류이다. 몸길이는 약 25cm로, 제비갈매기류 중 소형에 속한다. 여름철에는 머리 위가 검고, 뺨과 이마는 흰색이며 부리와 다리는 노란색을 띤다. 주로 하천 하구의 모래밭이나 간척지에서 번식 하며,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최근 천수만 공사현장에서 발견되어 화제가 되었다.

황새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이며 천연기념물인 황새는 몸길이 약 110cm로, 온몸이 흰색이며 날개 끝은 검은색이다. 부리와 다리는 검고, 눈 주위는 붉은색을 띤다. 하천, 늪, 농경지 등 습지에서 주로 물고기와 개구리, 곤충을 먹는다. 과거 전국적으로 분포했으나 현재는 소수만이 인공 번식지와 보호구역에서 관찰된다. 천수만 철새 도래지의 상징적 조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