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생물안전3등급(Biosafety Level3, BL3) 시설은 어떤 곳인가요?
A. 많은 사람이 ‘질병 대응’이라고 하면 방역 현장을 먼저 떠올리지만 연구실 안에서 병원체를 안전하게 다루는 일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BL3 시설은 인체 및 환경에 위해를 끼칠 수 있는 병원체(바이러스, 세균, 진균, 기생충 등)나 유전자재조합생물체(LMO)를 다룰 때 작업자(연구원)의 감염을 예방하고 외부 환경으로의 병원체 유출을 차단할 수 있도록 특수하게 설계된 연구 공간입니다.
Q. 영화 속 비밀 연구소처럼 여러 단계의 출입 절차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실제 BL3 시설은 어떻게 운영되나요?
A. 영화에서 보던 모습과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기본 원리는 비슷합니다. 입실은 오염된 구역으로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실험자를 보호하기 위한 준비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개인 의복과 소지품을 탈의실에 두고 전용 작업복으로 갈아입습니다. 이후 이중 장갑, 전신 보호복 그리고 개인호흡보호구를 착용합니다. 기압 차가 나는 에어록(Air-lock) 이중문을 통과하면 실험실 내부입니다.
퇴실은 오염된 곳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환경 보호와 관련이 있습니다. 작업을 마치고 나올 때는 바이러스가 몸에 묻어 외부로 나가지 않게끔 탈의 과정을 거칩니다. 오염 가능성이 높은 바깥쪽 장갑부터 전신 보호복을 순서대로 탈의하고 소독과 샤워 절차를 완벽히 마쳐야만 비로소 일반 구역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Q. 병원체가 실험실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는 비밀은 무엇인가요?
A. 첫 번째는 음압입니다. ‘안에 있는 것은 밖으로 나갈 수 없다’ 라는 원칙을 위해 시설 전체가 내부의 기압을 외부보다 항상 낮게 유지합니다. 쉽게 말해 건물 내부가 거대한 진공청소기처럼 주변 공기를 안으로 계속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에어록의 문이 열려도 바깥의 맑은 공기가 안으로 흘러 들어갈 뿐, 내부의 오염된 공기는 물리 법칙상 문밖으로 새어 나올 수 없습니다.
두 번째는 헤파(HEPA) 필터입니다. 음압 때문에 안으로 빨려 들어간 공기는 결국 다시 나와야 합니다. 이때 들어온 공기를 아무런 조치 없이 밖으로 빼낸다면 외부로 병원체들이 유출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따라서 실험실 내부의 모든 공기는 건물 외부로 나가기 전, 초미세 바이러스 입자까지 99.97% 이상 걸러내는 고성능 헤파필터를 반드시 거치게 됩니다.
Q. 연구원들이 실험실에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 있나요?
A.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작업은 생물안전작업대 안에서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생물안전작업대 외부에서 검체가 들어 있는 용기를 개봉하거나 개봉된 채로 분쇄 또는 혼합하면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어로졸로 인해 실험실이 오염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검체와 접촉한 모든 도구, 기계, 장갑, 일회용 가운 및 폐기물은 멸균 과정을 거친 후 외부로 내보내는 것입니다. 병원체가 묻어 있을 수 있는 물건들은 시설 내부에서 고압증기멸균 과정 또는 물리·화학적 비활성화(락스, 자외선) 처리를 완료하기 전까지 절대로 일반 구역이나 외부로 반출할 수 없습니다.
Q. 병원체가 묻은 폐기물은 어떻게 처리되나요?
A. BL3 시설에서 발생하는 모든 감염성 폐기물은 외부 배출 전 멸균 단계를 거쳐 생물학적 활성을 완전히 제거한 상태로 만듭니다. 단순 소독이 아닌 미생물의 포자까지 사멸시키는 이 과정은 고압증기멸균기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멸균 과정에서 발생하는 증기를 배출할 때에도 전용 헤파 필터를 거쳐 병원체가 포함되어 있을지 모르는 에어로졸을 차단합니다. 배출되는 폐수 또한 별도의 탱크에 모아 화학적 비활성화를 거친 후 배출됩니다.
또한 멸균 과정이 잘 진행되었는지 검증하기 위해 열에 강한 지표 생물인 Geobacillus stearothermophilus 포자를 이용한 생물학적 지표 검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BL3 시설의 폐기물은 ‘밀폐 구역 내부에서의 선(先) 멸균, 후(後) 반출’ 원칙에 따라 생물학적 위해성이 완전히 제거된 일반 의료폐기물 상태로 전환된 후에야 최종 처리업체로 이관됩니다.
Q. 실험실 안에 위험을 가둔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A. ‘실험실이라는 통제된 공간 안에 위험을 묶어둔다’라는 것은 위험 요소를 물리적으로 격리하여 사회 전체로 퍼질 수 있는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는 실질적인 방화벽 역할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안전한 격리 공간이 확보되어야만 연구자가 감염 우려 없이 미지의 병원체를 안전하게 진단하고 연구할 수 있습니다. 결국 BL3 시설은 위험한 병원체를 관리 가능한 영역 내에 안전하게 통제하여 우리 사회의 생물 안전과 생태계의 안정성을 지켜내는 현장의 가장 확실한 안전장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