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증식에 성공한 독미나리
사약의 원료? 이름부터 무시무시한 독미나리

봄철, 향긋한 미나리인 줄 알고 무심코 캐서 먹었다가는큰일 나는 식물이 있다. 이름부터 무서운 ‘독미나리’다. 실제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마신 사약의 주성분이 바로 독미나리속(Cicuta) 식물에서 유래했다고 하니 그 맹독성을 짐작할 수 있다. 독미나리는 어린 식물 상태에서는 식용 미나리와 잎이나 줄기가 비슷하게 생겼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식물이다. 식물 전체에 맹독인 ‘시큐톡신(Cicutoxin)’이 있어 절대 함부로 먹어서는 안 된다.

빙하기를 견뎌낸 식물, 기후변화에 무릎꿇다

이처럼 무서운 독미나리가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되어 있다. 독미나리는 사실 아주 오래전 빙하기 시절부터 살아온 북방계 식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관령이나 강원도 횡성 같은 서늘한 고산 습지에서 살아간다. 즉, 한반도는 독미나리가 살 수 있는 가장 남쪽의 마지막 방어선인 셈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오르고 무분별한 개발로 서식지인 습지가 파괴되면서 독미나리는 갈 곳을 잃고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결국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독미나리를 보호하기 위해 2005년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Ⅱ급’으로 지정했다.

잠든 씨앗을 깨우고, 생명을 복제하다

사라져가는 독미나리를 지키기 위해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연구진이 발 벗고 나섰다. 하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야생의 독미나리 씨앗은 발아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 스스로 싹을 틔우기가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연구진은 깊이 잠들어 있는 씨앗을 깨우는 ‘휴면타파 기술’을 연구했다. 저온 처리와 식물생장조절제(호르몬)를 이용해 까다로운 씨앗들이 일제히 싹을 틔우게 만드는 마법 같은 공식을 찾아냈고, 마침내 인공증식에 성공했다.

독초를 왜 살리냐고요?

“사람에게 위험한 독초인데, 그냥 사라지게 두면 안 되나요?”라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생태계는 수많은 블록을 쌓아 올린 젠가와도 같다. 블록 하나를 빼는 것만으로도 전체가 무너질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독미나리 역시 곤충을 비롯한 다른 생물들에게 서식처를 제공하며 습지 생태계를 유지하는 중요한 구성원 중 하나다. 또한 많은 식물들이 항균, 미백, 의약품 원료 등과 같이 우리에게 득이 되는 것처럼 독미나리가 가진 특유의 독성 물질 역시 미래에 바이오 소재로 개발될 가치를 품고 있을 수 있다.

더 많은 생명을 살리는 희망의 씨앗

이번 독미나리의 인공증식 성공은 단지 식물 하나를 살린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연구를 통해 얻은 노하우와 데이터는 서식지를 잃어가고 있는 다른 담수 멸종위기 식물들을 살려 내는 강력한 기반 기술이 될 것이다.
자연에는 그 어떠한 생명도 이유 없이 존재하지 않는다. 독미나리가 우리에게 건네는 구조 요청에 이제는 우리 모두 건강한 습지와 생물다양성 보전으로 답할 차례다. 우리 곁의 다양한 생명들이 오래도록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연구진은 앞으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연구노트 연구원이 바라본 독미나리

Q. 독미나리가 많이 피어 있으면 위험한 곳 아닌가요?

A. 의외로 그렇지 않습니다. 독미나리가 무리 지어 꽃을 피우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습지가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독미나리는 주로 습지나 저수지 주변에 서식하며 훼손되지 않은 생태계에서 잘 자라는 대표적인 담수식물이죠. 연구자들은 독미나리를 습지의 건강 상태를 알려 주는 ‘생태계 지표종’으로 보고 있습니다.

Q. 연구실에서 키운 독미나리를 다시 자연에 심어도 되나요?

A. 인공증식한 독미나리는 자생지 복원뿐 아니라 멸종위기 식물을 알리고 보전의식을 높이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7월 한국가스공사와 협력해 인공증식한 독미나리 20개체를 대구 한국가스공사 본사에 이식했습니다. 이를 통해 임직원과 방문객들이 멸종위기 식물을 가까이에서 접하고 생물다양성 보전의 필요성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국가스공사 본사에 독미나리 20개체를 이식하는 모습